안중근 의사가 항일투사 동지들과 함께 손가락을 자르고 조국의 독립을 결의한 '단지동맹'(斷指同盟)을 기리는 기념비가 다시 세워졌다. 기존 기념비가 현지인들에 의해 훼손된데다 경비가 삼엄한 국경지대에 위치해 한국 방문객들조차 마음 편히 방문하지 못하자 국내 한 기업이 나서 이전을 추진한 것이다.
단지동맹은 안 의사가 1909년 3월5일 다른 항일투사 11명과 함께 왼손 무명지를 자른 뒤 혈서로'大韓獨立'(대한독립)이라 쓰며 독립운동 헌신을 다짐한 일을 일컫는다. 당시 이들은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재정총장을 지낸 최재형 선생 밑에서 지원과 훈련을 받았으며, 안 의사는 그 해 10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광복회 등에 따르면 4억원이 들어간 새 기념비는 4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톡에서 남쪽으로 350㎞ 가량 떨어진 러시아-북한 국경 인근 크라스키노 지역에 있는 국내 알로에 전문기업 유니베라의 현지 농장 앞에 들어섰다.
이날 낮12시(현지시간) 제막된 새 단지동맹 기념비는 높이4m, 폭1m의 큰 비석과 높이와 폭이 각 1m인 작은 비석으로 이뤄졌다. 큰 비석에는 '1909년 3월 5일 12명이 모이다'라는 비문이, 작은 비석에는 '2011년 8월4일 12명을 기억하다'는 비문이 새겨졌다. 두 비석 사이에는 다른 지역에서 옮겨온 기존 기념비가 자리했다. 유니레버 측은 기념비 주변을 공원으로 꾸몄다. 한국인은 물론 현지인들도 많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다.
남의 땅 한복판에 안 의사를 기리는 단지동맹 기념비가 세워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첫 기념비(사진)는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에 의해 2001년 10월 러시아 크라스키노 추카노프카 마을 강변에 세워졌다. 그러나 기념비가 강변에 위치해 강물이 범람하면서 자주 물에 잠겨 관리가 어렵게 되자 현지들에 의한 훼손사례도 늘었다. 이를 알게 된 유니베라가 2006년 원래 위치에서 약 1㎞ 떨어진 회사 제1농장 앞 공터로 기념비를 옮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지역이 국경지역으로 편입됐다. 결국 마땅한 자리를 다시 물색하고, 훼손된 기존 기념비 대신 새로운 기념비를 제작하기로 하면서 일이 매듭지어질 수 있었다.
광복회 관계자는 "새 기념비 제막을 계기로 안 의사와 주변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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