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금융회사들은 잔칫집 분위기이지만 국민들은 씁쓸하다. 이익규모가 상식을 뛰어넘는 데다 이익의 원천이 이자장사에 편중돼 여전히 낙후된 국내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지 않은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현실에서 금융기관의 이자 수익 상당 부분이 서민과 중소ㆍ중견 기업들에게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면 안타깝기까지 하다.
우리 KB 신한 하나 산은금융 등 5대 금융지주사의 올 상반기 영업익은 9조2,06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8,593억원보다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은행 별로는 신한금융이 2조5,29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과 우리금융은 2조 이상, 산은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1조원을 넘겨 그야말로 성적표가 화려하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아주 후진적이다. 이익의 대부분이 예대마진, 즉 이자수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대출금리와 연동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올랐는데 은행들은 이를 바로 바로 대출금리에 반영하고도 예금자에게 주는 금리는 가급적 늦게, 그것도 찔끔 올렸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 2.6%포인트 정도였던 예대금리차가 올 들어서는 3%포인트를 넘어 금리 조정이 결국 은행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됐다.
기회만 되면 서민과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겠다고 했으나 말뿐이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대표적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 홀씨대출의 경우 상위 5대 금융사는 목표 자체를 낮게 설정한 데다 집행은 심한 경우 목표의 30%대에 그치고 있다. 은행 문턱이 여전히 높은 중소기업들에게 금융사는 납품단가 제대로 안 주는 원청 대기업보다 더 얄밉고 야속한 대상인 것이다.
금융도 엄연히 하나의 산업이다. 금융회사들의 이익을 나무라기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적 기능 역시 주요 역할 중 하나라는 원칙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서민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면 은행이 전당포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금융의 공기능과 영업 선진화에 대한 주의 환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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