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고위직을 지낸 60대 후반의 전직 고검장이 미국 워싱턴 DC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주광일(68) 세종대 석좌교수는 최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8일 워싱턴 DC 항소법원에서 선서를 앞두고 있다. 합격률 48%로 꽤 까다로웠던 올해 워싱턴 DC 변호사 시험 합격자 가운데 최고령자다. 46년 전에는 사법시험 5회에 22세로 최연소 합격했었다.
주 전 고검장은 1974년에는 미 국무부 초청으로 조지타운대와 조지워싱턴대에서 공부했고, 영어실력이 뛰어나 78년 코리아게이트 사건 때 미국 조사단의 한국 측 통역을 맡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에선 직접 검시를 했으며, 김대중 정부 시절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물러나 국민고충처리위원장(현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공직에서 은퇴한 뒤인 2006년 환갑이 넘은 나이에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며 만학도로 변신했다. 경희대, 한림국제대학원, 사이버대인 MD 커크 로스쿨 등에서 법학을 가르쳐왔다. 주 전 고검장은 미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으나 현지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기도 한 그는 "책 읽고 배우고 공부하는 것은 끝이 없다"며 "앞으로 10년은 더 후배들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게 소박한 꿈"이라고 말했다. 주 전 고검장은 "불혹(40세)을 넘어서면 도전 의식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상 나이가 들어서도 공부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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