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리먼 쇼크'로 불붙은 세계 경제ㆍ금융 위기의 꼬리가 길다. 무엇보다 공황적 위기 재연의 제1 요인으로 지목된 미국 경제의 불안이 해소될 기미가 없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0.4%, 2분기 1.3%에 지나지 않고, 실업률은 9%를 웃돈다. 경기 회복을 주도한 제조업의 경기지수도 지난달 상승ㆍ하락의 갈래인 50 가까이로 떨어졌다.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경제의 구조적 약점 때문에 한동안 '제2 화약고'인 유럽에 쏠렸던 우려의 눈길이 다시 미국으로 쏠리는 이유다.
■ 미국은 종전의 14조2,940억 달러에 2조1,000억 달러를 더하는 국채한도 증가안이 상하 양원을 통과, 급한 불인 국가부도 위기는 껐다. 그러나 경기 둔화로 추가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이 늘어날 전망인데도 앞으로 10년 동안 2조4,000억 달러의 재정지출을 삭감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았다. 물론 본격적 경기 회복만 가능하다면 걱정할 게 없다. 세수 증대로 재정적자를 덜어내는 기쁨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충분히 맛보았다. 그러니 꺾이는 경기회복 곡선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만 하는데, 그 수단이 세계적 관심거리다.
■ 최근 QE3, 즉 3차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거론이 잦아졌다. 금리가 0%에 근접해 금리정책의 효과가 한계에 이르렀을 때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찍어 국채를 매입, 통화량을 늘림으로써 장기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지난달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언급에 이어 그제 도널드 콘 전 FRB 부의장이 고려 필요성을 지적했다. 1조7,000억 달러의 1차 양적 완화(2008년 11월~2010년 3월), 6,000억 달러의 2차 양적 완화(2010년 8월~2011년 6월)를 거치고도 QE3에는 신중했던 FRB의 자세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QE3에 회의적이다. 이미 연간 억제선을 넘어설 정도로 인플레 조짐이 뚜렷한 데다 국제사회의 눈총도 따갑다. 미국의 경기회복은 바람직하지만 기축 통화인 달러화의 남발이 가져올 유가 등 국제상품 가격 상승이 달갑지 않다. 그나마 대 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악영향을 상당히 흡수해 낸 나라들과 달리 고환율을 유지해 온 한국에는 더욱 커다란 문제다. 반면 유력한 경기 진작책인 QE3가 불발, 미국이 '더블 딥'에 빠질 경우의 위험성도 크다. 한국경제가 맞은 또 하나의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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