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씨(29)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싶지만 70㎏이 넘는 체중을 줄이는 게 도통 쉬운 일이 아니다. 이씨는 "처음에는 저녁을 아예 먹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계속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결국엔 음식에 손이 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감자샐러드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살이 많이 빠지는 건 역시'굶기 다이어트'지만 그만큼 실패확률도 높다. 왜 그럴까. 정답은 빈약한 의지가 아니라 신경세포에 있다.
미국 예시바대 연구진은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뇌 속 신경세포(AgRP)의 자가소화작용으로 배고프다는 신호가 계속 전달돼 음식을 먹게 된다"고 최근 발표했다. 자가소화작용은 세포가 자신의 단백질과 소기관들을 먹어 치우는 과정이다. 이 때 특정 생체물질이 나와 식욕을 높이는 AgRP의 작용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라잣 싱 교수는 "AgRP의 자가소화작용을 막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와 달리 음식물 섭취량이 적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2005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은 뇌 속에 있는 특정 신경세포(POMC)가 식욕을 줄인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POMC에 이상이 있는 쥐는 과식으로 체중이 급격히 늘었다.
김선미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런 흐름은 뇌 과학과 체중조절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이어트나 비만은 자기의지가 아니라 뇌 속 신경의 문제"라고 말했다. 뇌에는 신경작용을 하는 섭취중추와 포만중추가 있는데, 포만중추를 계속 자극 받은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폭식하게 돼 과체중으로 되기 쉽다.
박원명 가톨릭의대 신경정신과학교실 교수는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비만인 사람은 운동하기도 어려운데 신경세포의 작용을 막아 체중을 줄인다면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연구가 건강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조건 굶는 것과 같은 지나친 다이어트는 지방을 분해하기보다 수분과 근육을 먼저 없애 몸이 탄력을 잃기 쉽다. 부작용으로 소화불량, 변비는 물론 심할 경우에는 골다공증, 심장질환까지 앓을 수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