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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 폭우와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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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 폭우와 테러

입력
2011.08.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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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여름이다. 사상 초유의 집중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빈발하고 강이 넘쳐 수많은 사상자와 엄청난 재산 피해를 남겼다. 한 해 동안 내릴 비의 반 이상이 단 며칠에 걸쳐 쏟아져 내렸다니 놀라울 뿐이다. 한 농부가 하늘을 쳐다보면서 '큰 구멍이 뚫린 것 같다'고 한탄하는 모습이 찡하다. 한편 멀리 평화의 도시 오슬로와 근교 캠프장에서는 한 극우자의 폭탄테러와 무차별 총기 난사로 수십 명의 무고한 노르웨이 국민들이 목숨을 잃는 참변이 일어났다. 온 세계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 현장에서 체포된 32세의 범인은 자신의 범행이 '물론 잔혹했지만 필요했던 일'이라고 밝혀 다시 한 번 지구촌을 몸서리치게 했다.

다르면서도 희한하게 같은 두 현상

폭우와 테러. 어찌 보면 둘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상이변에 의한 100년만의 폭우는 본질적으로 자연현상이며,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는 범인에 의한 인간 소행이다. 지리적으로도 한반도와 지구 저편 노르웨이에서 이러난 일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폭우와 테러로 인한 피해와 참변이 올 여름의 무서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반도에서의 아열대성 폭우는 올해만의 기상이변이 아니라 앞으로도 받아들여야 할 일상이 될 듯싶다. 기상변화로 인한 재해는 한반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온 지구촌이 겪고 있는 재해다. 홍수와 가뭄,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폭염과 냉해는 수시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테러 역시 마찬가지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평화와 복지의 도시 오슬로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미국, 러시아, 유럽,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와 아시아, 지구촌 어디를 둘러보아도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청정지역은 없다. 우리나라 역시 안심할 수 없다.

폭우와 테러가 일과성의 단발적 현상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라면, 기상이변과 테러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장·단기적인 대응책이 있을 것이다. 우선 안도감을 갖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처방으로 대증요법이 유용하다. 폭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방댐을 쌓고, 하수도관을 교체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철저한 출입국관리는 물론 반테러 조직의 강화로 테러를 막아야한다.

그러나 시공을 넘어선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원인을 찾아야하며 사상과 종교, 문명과 문화, 경제적 위상과 지리적 위치를 초월한 범인류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짧은 시간에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기도 어렵다.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오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폭우와 테러의 근본 원인은 결국 인간의 욕심이다. 더 많이 누리려는 과욕, 나만 더 챙기려는 이기심이 화를 불렀다. 개발과 고도성장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그 대가로 강산을 심하게 훼손하고 말았다. 재화를 함께 나누려는 마음보다는 나 홀로 독식하겠다는 욕심이 커지면서 개인과 집단, 사회와 국가 간의 간극은 점차 커지고, 계층, 종교와 문화사이의 갈등은 테러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악재 털어 낼 마음의 변화 시작돼야

한 달여 전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는 '참 종교인이 바라본 평화'를 주제로 한 모임이 있었다. '김수환추기경, 강원용목사, 법정스님과의 대화'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고인이 된 세분의 참 종교인이 남겨준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렇다. 기상이변과 폭우, 테러를 근원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마음의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무소유, 살아 있는 이 땅의 모든 것과의 유대, 항상 남에게 열려 있는 사랑의 마음, 타 집단과의 공존, 다른 종교에 대한 포용과 배려가 그 정답이다. 우리는 무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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