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땀방울. 열정과 노력의 상징이다. 뭔가에 힘쓰고 열중한 끝에 내놓을 수 있는 귀한 작품 같은. 땀 흘리는 모습은 그래서 아름다워 보인다.
성인의 하루 평균 땀 분비량은 사람에 따라 600~900ml 정도. 500cc 맥주잔으로 2잔 분량이 안 된다. 한여름이나 심한 운동을 하면 하루 10l까지 흘리기도 한다.
그런데 단순히 덥거나 힘을 많이 써서 나는 땀도 있지만, 다른 이유 때문에 나는 땀도 있다. 땀이라고 다 같지는 않단 소리다. 땀이 나는 부위와 시간, 양, 색깔 등을 따져보면 보면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긴장할 땐 국소부위에만 땀 나
최근 몇몇 연예인의 '겨땀굴욕'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나는 바람에 옷까지 흠뻑 젖어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다. TV 개그프로그램 같은 데서야 웃음을 주는 소재로 쓰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런 일을 자주 겪는다면 여간 민망하고 불편한 게 아니다.
겨드랑이나 손바닥, 발바닥, 이마 같은 신체 일부 부위에 집중해서 나는 땀은 많은 경우 긴장성 땀이다.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체온이 높아지지 않아도 크게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갑자기 무서움을 느꼈을 때 나는 땀을 말한다. 체온이 올라가 나는 땀이 전신에서 분비되는 것과 달리 정신적인 요인 때문에 나는 긴장성 땀은 국소 부위에 집중된다.
땀을 분비하는 땀샘은 피부에 200만~500만개가 분포돼 있다. 겨드랑이와 손바닥, 발바닥, 이마 등에 유독 많은 땀샘은 더위 같은 열 자극 말고도 통증이나 공포, 분노, 긴장 같은 감정 변화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감정을 조절하는 뇌 영역인 대뇌피질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공포영화를 볼 때, 면접이나 시험을 볼 때 많이 흘리는 것도 바로 긴장성 땀"이라며 "불편한 사람은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땀 억제제를 바르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뚝뚝 떨어지면 혹시 다한증?
신체 일부 부위에라도 땀의 양이 지나치게 많다 싶으면 다한증일 가능성도 있다. 보통 5분 동안 100㎖ 이상 땀이 나면 다한증으로 구분한다. 이 정도 되면 책상 위로 뚝뚝 떨어질 만큼 얼굴에서 땀이 많이 나거나 겨드랑이 땀 때문에 흰 옷이나 실크 소재 옷을 입지 못한다.
다한증은 생명에 위협을 주진 않지만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게 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옷 젖는 거야 큰 문제가 아니라 쳐도 냄새가 나거나 무좀이 생기거나 구두가 쉽게 망가지기도 한다. 식사할 때 얼굴과 머리에서 땀이 많이 나는 미각성 다한증은 수건으로 땀을 닦아가며 먹어야 하는 불편도 크다. 잦은 긴장성 땀이나 다한증은 주사나 전기요법,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매일같이 온몸에 땀이 과하게 난다면 갑상선질환(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당뇨병, 폐경, 심부전, 저혈당 가능성이 있으니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갑상선 기능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체내 모든 대사작용이 정상보다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같은 기온과 습도에서 건강한 사람보다 더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반대로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 땀이 거의 나지 않는다.
유형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주로 상체에 땀이 많이 나고, 하체엔 땀이 거의 나지 않는 상태가 계속돼 하체 피부가 매우 건조해지는 게 당뇨 환자의 대표적인 증상"이라며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겨 몸이 발한능력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밤에만 유독 땀이 많이 나는 건 결핵이나 만성염증 같은 감염질환의 주요 증상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밤에 속옷이 젖을 정도로 흘리는 땀은 몸의 면역체계가 침입한 균과 싸우면서 내는 열을 식히기 위한 작용"이라고 말했다.
색깔 있는 땀도
사춘기 이후 겨드랑이나 회음부 콧방울 외이도(外耳道) 유두 등 몸의 특정 부위에선 아포크린 땀샘이 발달한다. 아포크린 땀샘은 보통 땀샘보다 지방산과 유기물질 등 여러 성분이 섞인 땀을 배출한다. 피부에 사는 세균이 이 땀을 분해하면서 암모니아 같은 냄새물질을 만들어내면 액취증이 된다.
땀은 원래 색깔이 없으니 옷이 땀으로 젖는다고 해서 얼룩이 지진 않는다. 그러나 땀이 피부의 세균이나 곰팡이에 오염되면 노란색을 띠기도 한다.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특유의 색깔이 나타나는 것이다. 결핵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빨간색, 구리 관련 업무 종사자는 청록색 땀이 나기도 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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