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8일 미국 오하이오주 트윈스버그에는 전세계 쌍둥이들이 모인다. 35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쌍둥이의 날'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다. 최근 영화배우 이영애씨를 비롯해 주위에서 쌍둥이 출산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쌍둥이가 점점 느는 추세다.
한 번에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을 얻는 것이니 쌍둥이 출산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쌍둥이 임신은 위험이 배 이상 커진다. 둘 이상의 다태(多胎) 임신은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불임시술 늘어 쌍둥이 많아져
자연임신으로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약 0.43%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쌍둥이 출생률은 2004년 2.09%에서 2005년 2.17%, 2006년 2.40%, 2007년 2.73%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의학계는 쌍둥이 출산 증가가 임신부의 평균 나이가 많아지면서 자연임신이 어려운 고령 여성의 불임치료시술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일란성쌍둥이 출생률은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이란성쌍둥이 출생률은 급증하는 경향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일란성쌍둥이는 한 수정란이 둘로 나뉘어 자란 경우고, 이란성쌍둥이는 각각 다른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경우다. 대표적인 불임치료인 시험관아기(체외수정) 시술은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난자 여러 개로 수정란을 여러 개 만들어 자궁에 이식하기 때문에 이란성쌍둥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불임치료 때 배란을 촉진하기 위해 쓰는 배란촉진제도 쌍둥이 임신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쌍둥이 만삭은 36주
쌍둥이를 비롯한 다태 임신일 땐 태아가 엄마 뱃속에 머무는 기간이 짧다. 뱃속 한정된 공간 때문이다. 보통 임신주기는 38~42주 사이. 쌍둥이는 37주, 세 쌍둥이는 35주 정도다. 단태아 임신은 40주, 쌍둥이는 36주를 만삭이라고 이야기한다. 쌍둥이에서 미숙아 출산이 많은 것도 이처럼 짧은 임신주기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한 뱃속에서 태아가 둘 이상 자라면 발육지연이나 저체중 위험도 상대적으로 크다. 태어날 때 몸무게가 2.5kg 미만인 저체중아 비율이 보통 출산은 6%인데 비해 쌍둥이 출산 땐 53%, 세 쌍둥이 땐 93%다. 기형아 발생 빈도도 보통 임신보다 3배 이상 높다.
다태 임신 산모는 출산 후유증도 단태 임신보다 심하다. 태아가 둘 이상 자라다 보니 자궁이 과도하게 늘어나 분만 후 수축이 잘 안돼 산후출혈 가능성이 좀더 높아진다. 임신 중 빈혈 발생도 단태 임신보다 많다. 특히 태아와 태반이 자라면서 철분 수요 증가로 생기는 철결핍성 빈혈의 발생 비율이 다태 임신은 약 70%로 40% 수준인 보통 임신보다 높다. 이 밖에도 양수과다증이나 임신중독증 같은 후유증 발생 비율도 높다.
엽산 철분 더 먹어야
임신 중에는 에너지와 영양소 소모가 늘고 대사과정도 달라지면서 1일 영양섭취 요구량이 크게 증가한다. 특히 엽산 같은 비타민과 철 같은 미네랄 요구량이 많게는 보통 여성의 2배까지 높아진다.
쌍둥이를 임신하면 입덧이 유독 심하다. 태반이나 난소에서 임신을 유지시키는 호르몬이 단태 임신보다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입덧이 심하면 필요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보충해줄 수 있는 임신부 전용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차선화 관동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음식섭취 습관이나 평소 영양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다태 임신의 경우 엽산이나 철분 보충을 단태 임신보다 좀더 신경 쓰도록 권한다"며 "열량 섭취도 하루 300㎉ 정도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통 성인여성의 하루 필요 열량은 2,000㎉. 단태 임신일 땐 100~300㎉ 더 섭취하는 게 좋다.
임신하면 혈액량이 는다. 몸무게가 느는 이유 중 하나다. 다태 임신일 땐 혈액량이 단태임신보다 좀더 증가한다. 임신성 당뇨병이나 고혈압 위험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은 최대 심장박동수의 60~70%, 최대 산소소모량의 50~60% 정도로 하는 게 적당하다. 임신부에게 알맞은 유산소 운동은 걷기와 수영 체조 등을 30분 이상 매일 하는 것.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산책은 근육과 관절을 자극해 순산도 도와준다.
산부인과에선 단태아의 경우 임신 28주까지는 4주에 1번, 36주까지는 2주에 1번, 그 뒤에는 매주 정기검진을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다태 임신은 이보다 자주 받는 게 좋다. 손발이나 얼굴이 붓는 등 보통 때와 다른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봐야 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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