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aT) 3층 회의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최근 집중호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자 수급 안정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였다. 매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회의를 열었으나, 청사에서는 들리지 않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에서 양재동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하지만 정부청사에서 열린 회의 때와 달라진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일부 장관이 빠지고 중소기업청장, 소비자단체협의회장, 농촌경제연구원장이 새로 들어간 것 외에는. 실제 농사를 짓고 농산물을 유통시키는데 관여하는 현장 관계자들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고, 농산물 수급 현황 등을 설명하는 브리핑도 생략됐다.
"전시행정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회의 참석자는 "시장 같은 곳에 가면 회의할 자리도 마땅치 않아 이 곳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농수산물' 이름이 들어간 곳으로 회의 장소만 옮겼을 뿐 애초부터 현장을 보려는 의지는 없었던 셈이다.
채소 가격 급등으로 7월 소비자물가가 3월 이후 최고치인 4.7%를 기록했고, 예년보다 10일 빨리 다가온 추석과 폭염ㆍ국지성 호우를 반복하는 기상이변이 9월까지 예고돼 있는데도 이 자리에서 논의된 대책은 느슨하기만 했다.
박 장관은 "최근 집중호우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출하 지연 등으로 단기적 가격 불안이 지속될 소지가 있어 수급을 조절하겠다"고 원론적인 대응책만 제시했을 뿐이다. 기상이변이 상시화하는 데 대해서도 "주요 품목에 대한 비축저장을 강화해 단기적인 가격 및 수급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뻔한 내용으로 일관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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