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여름 하면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고 푹푹 찌는 무더위로 고생하기 마련이지만 올 여름은 유별나다. 고온다습한 전형적인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특히 서울 등 중부지역의 7월 한 달은 폭염 대신 폭우가 기승을 부리면서 '더위가 그립다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다. 계속된 비로 바깥 출입을 자제하는 시민들이 생겼는가 하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농작물 작황도 부진,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7월 전국 평균 강수 일수는 19.1일로 평년(14.3일)보다 닷새 가까이 많았다. 7월 전국 평균 강수량도 474.8㎜로 2006년(625.5mm)에 이어 기상관측 이후 역대 2위. 특히 장마가 끝나자마자 집중 호우가 이어진 중부지역 강수 일수는 21.6일로 평년 강수일수(15.2일)에 비해 7일 가량 비가 더 쏟아졌다. 특히 서울은 장마 기간 동안 연속 강수일수가 11일에 달했고 장마 종료(22일) 이후에도 30일 하루를 제외하곤 비가 내려 하늘이 갠 날을 찾기가 힘들었다. 중부보다 덜했지만 남부 지역도 7월 한달 강수 일수가 17.8일로 평년(13.8일)에 비해 5일 가량 비가 더 내렸다.
이로 인해 기온도 낮아졌다. 7월 중부 지역의 평균 낮 최고 기온은 28.1도로 평년 기온(28.6도)과 0.5도 차이가 났다. 더위의 기세가 꺾인 모습은 열대야 발생 일수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도심 열섬 효과로 열대야가 잦던 서울도 올 들어 한 차례(7월 30일)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엔 5일이나 열대야에 시달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도 구름이나 안개 낀 잿빛 하늘이 뒤덮으면서 일조량은 크게 줄었다. 7월 한달 중부지역의 일조시간은 88.3시간으로 평년(157.8시간)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2006년(69.6)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일조시간이다.
이 때문에 농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집중호우 피해가 컸던 수도권 일부에선 상추와 시금치, 얼갈이 등 시설채소들을 모두 갈아 엎고 다시 파종해야 할 지경이다. 경북 성주참외의 경우 지난달 7∼11일 폭우가 내리면서 참외농사를 짓는 3,696㏊ 중 40.5%인 1,609㏊에서 참외 수확을 하지 못했다.
해수욕장도 우울한 여름이 야속하기만 하다. 강원도환동해출장소에 따르면 3일 현재 동해안 94개 해수욕장의 입장객은 763만8,902명으로 지난해(1,103만9,205명)에 비해 30%나 감소했다. 동해안 일대의 낮 최고 기온이 평균 25도 안팎에 머무는 저온현상과 수도권 물난리가 겹치는 바람에 관광객 수요가 뚝 끊긴 때문이다.
우중충한 날씨가 한달 가량 이어지다 보니 날씨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단지 비가 와서 우울한 기분을 느끼기 보다는 폭우 폭염 한파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로 인한 불안감이 스트레스의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상청 신진호 장기예보관은 "보통 8월 초부터 나타나던 폭염과 열대야는 태풍과 잦은 호우로 인해 올해는 8월 중순이나 하순께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9월 초에도 아침저녁으로 선선했던 평년과 달리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당분간 여름은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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