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나에게 튼튼한 두 다리를 주지는 않았지만 대신 달리는 재능을 부여했다. 내가 만약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것은 곧 죄를 짓는 것과 같다. 이게 내가 달리는 궁극적인 이유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ㆍ남아공)가 국내언론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오는 27일부터 대구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장애인으론 사상 처음으로 400m 레이스에 출전한다. 그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뿐만 아니라 2012년 런던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그리고 부상만 없다면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도전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내 기량이 정점에 달할 것이다. 지금은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부에서 탄소섬유재질로 만든 자신의 의족을 문제 삼는데 대해 "세계 일류의 과학자들이 내가 의족을 통해 어떤 유리한 점도 얻지 못한다고 밝혔다"라며 그런 주장이 사그라 들지 않는데 대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피스토리우스의 애칭은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다. 탄소섬유로 만든 보철 다리의 바닥 날이 스케이트의 날처럼 생긴 데서 비롯된 것이다. 피스토리우스는 의족의 이 바닥 날 때문에 기록이 향상됐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대구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대구 세계선수권 참가는 인생 최고의 행운이다. 그런 기회를 준 국제육상경기연맹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는 개인의 영예를 뛰어넘어 조국 남아공의 영광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나는 남아공의 자랑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스토리우스는 이와 함께 "대구 대회는 제러미 워리너(27), 라숀 메릿(25) 등 초특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 내가 이들과 맞서 겨룬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전율이 느껴진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의 진정한 목표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출전, 새로운 기록을 '창조'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피스토리우스의 400m 기록은 45초07. 대구세계선수권과 내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A기준기록(45초25)을 뛰어 넘었다.
그는 "런던올림픽 세바스찬 코 조직위원장이 역대 최고의 무대를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며 "런던올림픽에서 마이클 존슨(미국)이 1999년에 세운 400m 세계기록(43초18)을 내 손으로 갈아치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림픽에서 육상 1,500m를 2연패(80년 모스크바ㆍ84년 LA))한 세바스찬 코는 세계신기록만 12번 찍은 영국이 낳은 스포츠 영웅이다.
피스토리우스는 특히 "나는 스포츠의 힘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며 1995년 남아공 럭비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남아공은 모든 전문가들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던 럭비월드컵 챔피언에 오르면서 흑백통합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냈다. 당시 남아공대표팀이 내건 슬로건이'팀도 하나, 국가도 하나'였다. 피스토리우스가 9살 나던 해였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를 계기로 럭비에 몰입하게 됐다며 "'스포츠는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 시켜준다'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들었다. 그의 부모는 피스토리우스가 6세때 이혼했고, 어머니는 15세 때 숨졌다. 그는 "물론 내 친구와 나와 함께 한 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항상 나의 후원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때부터 함께 한 코치 엠피어 로우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는 영감을 불어넣어 줬다"고 덧붙였다. 육상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럭비를 하다가 부상하면서 재활치료를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의족에 대해서 "혹시 불공정한 방법으로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내가 일반인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점이 없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이미 입증했다. 인터넷에서 일부 악의적인 글을 본적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글에 대해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장애의 몸으로 '굳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패럴림픽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처럼 똑같이 중요하다. 내 꿈은 런던올림픽과 함께 패럴림픽에서도 정상에 서는 것이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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