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것은 미국발(發) 더블딥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여전한데다 성장률, 제조업지수, 소비지출 등 발표되는 지표마다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가격이 유럽연합(EU) 출범 후 최저로 떨어지는 등 유럽 재정위기 불안감도 기름을 부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추락하면 국내 증시와 환율 등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 회복세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우선 수출 위축이 예상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는 주요 교역상대국들의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미국 중심의 수출구도가 많이 다변화했지만,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긴축재정 기조로 돌아선데다 EU의 불안이 여전해 상황이 만만치 않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직ㆍ간접적 수출 비중은 15%에 달하는 만큼 달러 및 환율의 변화, 미국경제가 변화시키는 금리 변화, 미국 경기 자체의 둔화는 한국 경제와 직결돼 있다”며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불황으로 가고, 여기에 유럽 재정문제도 장기화한다면 우리 수출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리스크는 환율과 물가 사이의 딜레마. 정부는 최근 물가안정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면서 원화 강세(원ㆍ달러 환율 하락)를 용인하는 분위기이다. 한국은행도 물가억제를 위해 다음 주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내려가면서 국내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올해 들어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를 전제로 환율 하락과 금리인상 조합을 통한 물가안정에 역점을 두었지만, 미국발 위기가 확산될 경우엔 오히려 성장 둔화를 막는 쪽의 정책 조합이 더 시급해질 수도 있다. 자칫 정부의 정책 선택이 매우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미국 경제의 가장 좋지 않은 면만 부각되면서 더블딥 우려가 증폭됐다”며 “당장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급격한 회복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안 요소도 쉽게 해소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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