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엔 가게가 물에 잠겨 장판과 필름 같은 자재를 모두 내다 버렸어요. 올해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직 별 피해가 없습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최상길(51)씨는 비 얘기가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그런 구로구가 올해는 달라졌다. 지난해 폭우로 2,311가구가 침수됐던 서울 구로구는 올해 큰 비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오히려 426가구로 줄었다. 침수 가구 지원에 쓴 예산을 전년 17억원보다 크게 줄인 3억원을 썼는데도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이다.
비결은 의외로 간단 명료했다. 미리 준비한 것이다. 작년에 큰 침수 피해를 입은 구는 개봉1ㆍ2펌프장, 신구로펌프장을 올해 5월 완공하고, 신도림 펌프장도 7월 공사를 마무리했다.
또 구로2 배수분구를 10년 빈도 75㎜에서 30년 빈도 95㎜로 확장하는 공사를 수해 전에 끝냈다. 총 연장 18㎞의 하수관거 확장공사도 했다. 특히 지난해 주택 69가구, 상가 78개가 침수됐던 구로자율시장의 집수정을 2.0x1.2m에서 2.5x2.0m로 총 316개를 교체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구로구의 지난달 26~28일 총 강우량은 425.5㎜로 서울 강남구(483.5㎜)와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주택 21가구, 상가 2개가 무릎 이상 물이 찼던 개봉2,3동과 구로자율시장은 비 피해를 피해 갔다.
민광식 구로구 치수팀장은 "구로5동은 하수관이 집보다 높게 매설된 경우가 있어 하수관거의 매설 위치를 낮춘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피해 지역과 올해 피해 지역이 겹치지 않게 된 것도 성과다. 한 구청 직원은 "지난해 추석에 수궁동과 개봉3동 지역의 반지하 가구에 물이 무릎까지 차 집기를 대부분 버렸던 기억이 선하다"며 "올해는 목감천이 넘쳐 천왕동 저지대인 연지마을로 복구를 나갔지만 지난해와 올해 침수지역이 거의 겹치지 않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피해 상황 현장을 원래 모습대로 돌려놓는 데만 열을 올린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해 방지에 고민해 온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구는 지난해 비 피해가구와 지역을 파악해 침수지도를 만들었다. 이후 침수지도에 표시된 2,311가구와 비 피해를 입은 구청 직원 385명을 연결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했다. 중앙재난안전본부의 호우경보 등을 휴대전화 문자로 연결해 알리고, 집중호우가 예상되면 직접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했다.
비는 땀을 배신하지 않았다. 평소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준비해 온 노력의 결과였다. 이동원 구 침수방재과장은 "비가 오기 전 침수가구에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하는 돌봄 서비스와 현장 출장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런 구로구의 성과를 인정해 5일 시의 수방점검종합회의에서 구로구를 비 피해를 줄인 모범 케이스로 선정하고, 사례를 발표토록 할 예정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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