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6월 2일 자진 사퇴하겠다고 발표한 지 2개월이 지나도록 퇴진 시기를 밝히지 않은 채 버티기로 일관해 한국, 미국, 중국, 북한 등과의 외교 현안이 잇따라 연기되는 외교공백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외무성 직원들은 9월 미국에서 열리는 미일정상회담과 관련한 실무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외무성은 회담 개최 시기가 되면 간 총리가 이미 퇴진할 것으로 예상, 차기 총리와 회담문제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간 총리가 예상보다 오래 자리를 지키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신문은 극도의 레임덕 현상은 미일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미일은 지난해 안전보장조약 개정 50주년을 계기로 신미일공동선언을 내달 정상회담에서 발표하기로 했으나 간 총리의 참석여부가 불투명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북한은 견제하고 한국, 미국, 호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는 연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6월 만든 미일공통전략목표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토대로 일본과 호주가 원활한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을 위해 수송, 물자지원 등을 상호 협력하는 일호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ACSA)에 관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지만 자민당 등 야당은 간 총리 체제에서는 심의를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간 총리의 버티기는 일본 외교의 기축인 미일 관계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불투명하게 됐고 북한문제를 둘러싸고 북미대화가 재개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북일회담의 전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달 도쿄에서 열기로 했던 중일 고위급경제대화도 연기된 채 추후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대화에서는 도호쿠(東北) 대지진에 따른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일 경제협력문제, 중국이 수출을 규제하는 희토류(레어어스) 문제 등이 다뤄질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은 간 정권이 퇴진한 이후 회의 개최를 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외교전문가는 "지난해 5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당시총리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회담한 직후 사임한 것을 지켜본 중국이, 시한부 상태에 있는 간 총리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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