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가 올 상반기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4위 자동차메이커로 자리한 실적이 놀랍다. 도요타가 중국 생산 판매분을 합할 경우 여전히 앞선 것으로 수정 확인됐으나 이 역시 간발의 차여서 현대ㆍ기아차가 도요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1999년 합병 당시 세계 7위를 목표로 내건 지 10여 년 만에 거둔 비약적인 초과 성과다.
현대ㆍ기아차의 약진은 지난해 도요타가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맞으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그러나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실적으로 연결한 마케팅과 품질 제고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움직이는 국가 홍보관인 자동차 분야에서 도요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사실은 TV 냉장고 등에서 국내 기업이 일본 소니를 제친 것과는 전혀 의미가 다르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의 최근 실적은 도요타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인 데다 국제 시장의 최근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는 점에서 마냥 박수만 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도요타는 이미 리콜의 후유증을 이겨내고 지진의 여파에서도 벗어나 생산능력을 거의 회복, 신형 캠리 등을 앞세워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최대 시장 미국에서 내성을 키운 도요타와 언제 어떤 어려움에 봉착할지 모르는 현대ㆍ기아차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국내시장에 몰려오는 유럽차를 보면 국내 시장도 더 이상 현대ㆍ기아차의 독무대는 아니다. 국내외 시장 모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회장은 품질 면에서는 그 어떤 양보가 없고 우수 마케팅 직원만큼은 통 크게 관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경영방식이 현대ㆍ기아차의 고속성장을 주도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가 도요타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노사관계 불안, 협력업체와의 진정한 동반성장에도 통 큰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번 실적이 현대ㆍ기아차와 정 회장에게 스마트한 한국의 대표 글로벌 기업, 대표 경영인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치밀한 검증과 전략 개발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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