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김모 전 공군참모총장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혐의로 기소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장교나 장군이라도 문제인데, 참모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사업 목적으로 외국 군수업체에 기밀을 넘겨주었다니 그 안이한 인식과 처신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행태는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출신이 피고나 피의자를 위해 브로커 역할을 한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평생을 군에 헌신한 역대 참모총장들의 명예를 한꺼번에 실추시키고, 나아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마저 훼손한 수치스러운 행위다.
유출자료들은 세부 미래전력목표를 노출시키고 도입장비의 효과를 감쇄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당사자는 군사기밀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른 누구보다 안보의식에 투철해야 할 군 최고지휘관 출신이 할 변명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군 예비역들에 의한 기밀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4월 김 전 총장의 무기중개업체에 근무하던 예비역 대령 등이 같은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해에도 예비역 소장이 군사전력기획서, 전술계획서 등 중요 기밀들을 빼내 외국 군수업체에 넘긴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전역 후 기밀취급 자격을 상실했는데도 불구하고 재직 당시의 안면과 사관학교 인맥 등을 활용, 별 어려움 없이 기밀자료에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를 외국 군수업체에 넘기는 과정에서도 일반 이메일을 이용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보안의식 마비 행태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대북공작원 출신 간첩에게 정보를 넘겨 구속된 육군 소장을 제외하고는 대개의 군사기밀 유출사건이 첨단장비를 주로 해외 군수업체에 의존하는 공군 출신들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퇴직 장ㆍ영관 장교들의 연관업무 간여제한 위반에 대해 안보 차원에서 접근, 관리와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적국이 아닌 외국이나 업체에 기밀을 유출하는 경우도 간첩죄로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으나 몇 년째 잠자고 있다. 법안을 다시 꺼내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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