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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변성 환자들 "건보 규정 때문에 불법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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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변성 환자들 "건보 규정 때문에 불법 치료"

입력
2011.08.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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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과 제약사의 이기주의로 애꿎은 황반변성 환자들이 ‘불법’ 치료를 받는 장면이 국내 여러 안과에서 빚어지고 있다. 한국로슈의 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을 많은 의사들이 공공연히 황반변성치료제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병성망막증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3대 눈병의 하나다.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새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겼다 터지면서 출혈이 일어나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황반변성치료제로 국내에서 허가 받은 약은 한국노바티스의 ‘루센티스(라니비주맙)’와 ‘비주다인(베르테포르핀)’ 두 가지다. 황반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의사들이 주로 쓰는 건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루센티스다. 생체물질(항체)로 만들었기 때문에 화학물질로 만든 비주다인보다 비싸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한 번 맞는데 11만원 정도다. 그런데 횟수가 5회까지로 제한돼 있다. 6회부턴 환자가 약 10배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특수한 형태의 황반변성에는 루센티스가 잘 듣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게 안과학계의 설명이다.

지난 5월 미국에선 루센티스와 성분이 비슷한 항암제 아바스틴이 황반변성에도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후 국내 안과에서는 루센티스가 너무 비싸 부담스러워 하는 환자나 잘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아바스틴이 처방되고 있다. 항암제로 쓰는 한 병 용량을 조금씩 나눠 여러 환자들이 맞는 식이다.

아바스틴은 국내에서 황반변성치료제로 승인 받지 않았다. 결국 적지 않은 환자들이 비싼 루센티스를 맞을 건지, 좀 싸지만 승인을 받지 않은 아바스틴을 맞을 건지를 선택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 안과의사는 “대안이 없을 땐 아바스틴이라도 써보자고 되레 환자를 설득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안과의사들 사이에선 아바스틴의 황반변성 치료 효과에 대해 정식으로 임상시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로슈 측은 “황반변성에 대해선 아바스틴보다 기존 치료제가 더 적절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며 “암이 아닌 다른 병(황반변성)에 대한 임상시험을 새로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규모 임상시험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이미 시장을 확보한 약에 대해 추가 비용을 들여 새롭게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결정이 기업으로선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김하경 대한안과학회 보험이사(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루센티스 5회 보험 적용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보험 재정만을 고려한 횟수”라며 “이 제한을 없애는 게 현재로선 적절한 해결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는 19번이고 일본은 아예 제한이 없다고 한다. 희귀질환으로 분류된 황반변성 환자는 국내에 5,000~7,0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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