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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총리·군부 기싸움/ 군 수뇌부 항명성 사퇴에 지체 없이 새 수장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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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총리·군부 기싸움/ 군 수뇌부 항명성 사퇴에 지체 없이 새 수장 임명

입력
2011.08.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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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군부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정국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1일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터키군 참모총장인 이시크 코사네르 장군은 육ㆍ해ㆍ공군 총사령관들과 함께 전격 사임했다. 군 수뇌부는 사법부가 정부 전복 혐의로 기소된 퇴역 장성 4명을 포함한 22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편지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자 에르도안 총리는 지체 없이 네뎃 오젤 헌병 사령관을 새로운 군 수장으로 임명하며 군 수뇌부의 항명에 가까운 행동을 맞받아쳤다.

이번 사건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터키 군부가 언제나 정치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압둘라 굴 대통령이 "터키는 위기에 빠져 있지 않다"고 강조한 것이 오히려 정치권과 군부의 긴장 관계를 상징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우려했다.

군부는1923년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케말 파샤)가 처음 공화국을 세운 이후 그의 세속주의(정교분리) 수호자를 자임하며, 끊임없이 현실 정치에 개입해 왔다. 터키 정치에서 정권이 군부에 눈밖에 난다는 것은 사형선고를 받는 것과 같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군부는 1960년과 71년, 80년, 91년까지 4번의 쿠데타를 일으켜 모두 성공했다.

그러나 냉전 이후 위상이 축소돼온 군부는 이번에 현실 정치와 타협을 강요당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에르도안 총리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터키는 2002년 에르도안 총리 집권 이후 국민소득이 2배로 늘었고, 숙원이던 유럽연합(EU) 회원국에도 가입해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래서 군 수뇌부 총사퇴라는 강수가 오히려 군 개혁을 가속화할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에르도안 총리는 10년째 군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2003년에는 군이 지배해온 국가안보회의를 문민화해, 군부로부터 터키를 이슬람화시킨다는 반발을 샀다. 2007년에는 군부가 반대하는 압둘라 굴 대통령 후보를 밀어붙여 대통령에 당선시킨 뒤 대통령제를 강화하는 헌법 개정까지 추진했다. 군부와의 갈등은 지난해 검찰이 에르도안 총리 집권 초기 군부가 정부 전복을 위한 쿠데타를 기도한 이른바 '해머 작전' 수사에 착수하면서 극에 달했다.

그러나 냉전기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2위 군사력을 보유했던 터키 군부가 또다시 현실 정치에 개입할 명분을 찾아낼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벌써 에르도안 총리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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