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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된 금융감독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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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된 금융감독 개혁

입력
2011.08.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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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예상대로였다. 국무총리실이 2일 공개한 금융감독 혁신방안은 개혁의지는 없고 구호만 요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로 민관합동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지만, 해묵은 과제(금융감독기구 개편)를 불과 두 달 만에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 TF는 수명을 두 달이나 더 연장했지만 민간위원 사퇴와 불협화음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을 뿐이다.

아직 잠정안이긴 하나 민감한 사안은 뒤로 미루거나 모호하게 넘어갔고, 각종 재탕ㆍ삼탕 대책만 나열해 "3개월간 뭘 했느냐"는 비아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결국 정부의 약속 파기, 짜고 친 고스톱, '금피아'(금융감독원+모피아)의 거센 저항에 좌초된 무늬만 개혁 등의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핵심 쟁점은 죄다 '중장기' 과제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독립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과 감독권한 쪼개기 등은 각계의 이견만 나열했을 뿐, '검토' 외엔 사실상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식으로 혁신할 것이라는 부연설명조차 없다. 이러니 금감원의 조직이기주의에 밀렸다는 해석이나 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한 불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예금보험공사의 검사권한 강화 등 눈에 띄는 대책들은 모두 기존에 나왔던 것들이다. 금감원 재산등록대상 확대 및 금융회사 취업제한 강화(2급 이상→4급 이상), 민간전문가 충원, 검사인력 확충, 감찰기능 강화 등은 금감원이 이미 발표한 내용이라 TF의 공으로 돌리기엔 머쓱하다.

다른 방안들의 표현도 두루뭉술하다. 금감원 관계자조차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안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됐고, 새로 나온 몇몇 방안은 애매모호하게 넘어간 것 같다"고 할 정도다.

더구나 민간위원인 김홍범 경상대 교수가 위원직을 자진 사퇴한 6월 말 이후엔 TF 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니 기존 대책을 쓸어 담아 일부 문구만 수정하는 선에서 그치고, 시간을 번 정부의 입맛대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

한 민간위원은 "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많았는데도 굳이 2개월을 연장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악의는 아니라고 보지만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혹도 나온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TF가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출발한 만큼 원인을 짚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 다음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감독 시스템 전반의 개편까지 다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원인이 빠졌으니 결과가 구체적이고 풍성할 리 없다. 이는 TF 내 민간위원과 정부위원 간 갈등 요인으로도 작동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축은행 사태 원인에 대한 분석, 그리고 향후 저축은행 사태 해결을 위해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 등에 대한 언급 없이 감독개혁 방안만 나왔다는 것은 TF가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아무런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금감원이 아프게 받아들이는 대책은 제재심의위원회의 민간위원을 4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금감원 부원장이 맡던 위원장 자리를 민간위원 중에서 위촉한다는 정도다. 금감원은 이날 "혁신방안을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공식입장을 냈다.

TF는 5월 초 이명박 대통령이 예고 없이 금감원을 방문해 부정부패를 질타한 뒤 출범했으며, 민관 공통팀장 밑에 민간위원 6명, 정부위원 5명이 참여했다. 6월 말까지 개혁안을 도출할 예정이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 등으로 시한을 8월로 연장했다. 그러나 태생의 한계, 내부 분란,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갖은 잡음 탓에 혁신은커녕 용두사미로 막을 내릴 운명에 처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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