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척, 2010년 0척, 2011년 0척
국내 1호 조선사인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의 최근 3년간 실적이다. 노사분규와 크레인농성이 있기 전부터 영도조선소는 개점휴업 상태의 사실상 '식물조선소'였다.
한진중공업측은 최근 노조 파업 철회 이후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다고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건조의향서(LOI) 체결에 불과하다. 설령 이를 정식 수주한다 해도 전체 생산직의 3.5개월 일감 분량밖에 안 된다. 후반공정에 투입될 인원은 21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이 점에서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의 이유로 들었던 경영상 어려움은 분명 사실이다. 지난 1분기 조선·플랜트 부문 매출은 3,130억원, 영업이익은 9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9%. 영도조선소는 일감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매출이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동률도 17.4%까지 떨어졌다. 게다다 지난해 말 현재 순차입금은 2조900억원에 이르고, 연간 이자비용만 약 2,000억원이 든다.
그러다 보니 한진중공업은 더 이상 국내 메이저 조선사에 속하지 못한다. '한진'이란 네임밸류만 있을 뿐 국내 업계 랭킹은 중견조선사 수준인 7위까지 추락했다.
조선업계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한진중공업은 더 이상 국내에선 선박건조의 뜻이 없어 보인다" "결국은 다 수빅으로 일원화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조선업계가 불황이었다고는 하지만 한진중공업이 수주를 못했다기 보다는 안 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해양플랜트 설치·지원선 등의 건조 경험이 있는 한진중공업으로선 마음만 먹었으면 수주는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도조선소는 도크가 작아 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수 없긴 하지만, 최근 STX조선해양이나 성동조선해양, SPP 조선 등이 수주한 중소형 컨테이너선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노조 측도 "회사가 일부러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일감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영도조선소가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는 사이 수빅조선소는 29척의 수주를 따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측은 "기존의 원가 구조로는 선주나 영도조선소 모두 타산이 맞지 않아 원가가 15% 가량 낮은 수빅조선소로 수주가 몰릴 수 밖에 없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영도조선소를 폐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측은 영도조선소 회생 방안과 관련해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저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해 원가구조를 낮추고, 고부가가치선을 집중 건조하는 조선소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한진중공업의 의지에 달린 것이겠지만 영도조선소는 지금 상태라면 명맥이 끊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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