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문자 메시지 발송의 기술력 부족으로 국민 10명 중 6명은 재난 상황에서도 정부가 보내는 긴급 문자 메시지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자 메시지 발송 등 정부의 대국민 경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번 수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일 소방방재청과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5,177만명 중 3세대(3G) 휴대전화 가입자 3,311만명(64%)은 방재청이 홍수나 태풍, 폭설 등 재난이 예상될 때 보내는 재난문자방송서비스(CBSㆍCell Broadcasting Service)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정부의 대국민 서비스임에도 10명 중 6명은 재난 정보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등 3세대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재난 문자 메시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방재청이 3세대 통신망에 맞는 CBS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재청이 2006년 처음 도입한 CBS는 당시 2세대(2G) 휴대전화의 방식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에 맞춰 개발됐다. 그러나 이듬해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을 사용하는 3세대 휴대전화가 나왔고, WCDMA 국제표준에는 CBS 기능이 빠져있었다.
CBS는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알고 메시지를 보내는 일반 문자서비스와는 달리 재난(예상)지역 내에 있는 휴대전화를 인식, 해당 휴대전화 전체에 발송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휴대전화 단말기에도 CBS 기능이 탑재돼 있어야 한다.
이에 방재청이 이동통신사, 방통위 등과 함께 2년에 걸쳐 3세대 휴대전화에 CBS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개발과 실험에 나섰다. 하지만 표준에 없는 기술이 추가되자 에러가 발생하고 휴대전화 배터리도 금세 닳아 상용화에 실패했고, 방재청은 지난해 말 3세대 휴대전화 CBS 기능 추가를 최종 포기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중부 지역 호우 속보도 2세대 휴대전화 사용자만 받았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문제는 3세대 휴대전화 사용자는 앞으로도 재난 문자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 방재청 방재대책과 전상률 계장은 "3세대 휴대전화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으로 재난 경보 기능을 강화하고 4세대 휴대전화에는 CBS 기능을 반드시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IT강국임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3세대 휴대폰이 정부의 재난 문자 메시지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은 콘텐츠보다 하드웨어, 내용보다 겉 모습만 중시하는 정부의 무책임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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