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일부에서 '현역의원 대폭 물갈이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총선 사령탑인 김정권 사무총장이 '자기 희생론'을 꺼내 들며 사실상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나섰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공천 감동'이 필수적인 만큼 다선 의원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논리다. 홍준표 대표의 핵심 측근이기도 한 김 총장의 발언은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의 '40%대 물갈이론'과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18대 총선 때 불출마한) 김용갑 전 의원처럼 총선이 다가오면 연말연초쯤 스스로 결단하는 중진 의원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녹록하지 않은 당의 상황을 누구보다 아는 분들이기 때문에 개인보다 당과 국가를 위한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정점에 박근혜 전 대표가 있는 만큼 친이든 친박이든 희생해 총선에서 승리하면 결국 박 전 대표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남도당위원장 경선에 참석하기 위해 창원을 찾은 자리에서도 "내년 대선을 위해서도 총선에서 자기 희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연말연시에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를 것"이라며 "(사무총장인) 내가 아니더라도 당내 소장파들 사이에서 이런 요구들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총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서도 영남 출신 여권 핵심 인사의 공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연말쯤 되면 알아서 정리되지 않겠느냐"며 "이는 다른 중진들의 선택에도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내에선 김 총장의 '중진 희생론'이 홍 대표의 의중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60∙70대의 영남권 다선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물갈이 대상으로 거명되는 중진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의 한 중진 의원은 "노장이 조화를 이뤄야 정치가 잘 된다"면서 "다선 의원들도 국민의 지지로 당선된 사람인 만큼 지도부는 국민과 당원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 총장은 공천 방향에 대해 "'책상형'보다는 치열한 '필드형'이 필요하다"며 "안정 지역을 희망하는 비례대표보다는 (광주에 출사표를 던진) 이정현 의원 같은 분이 당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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