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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로창고극장 10일 재개관/ 무대 향한 갈망 풀다…'젊은 연극' 다시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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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로창고극장 10일 재개관/ 무대 향한 갈망 풀다…'젊은 연극' 다시 꿈을 꾸다

입력
2011.08.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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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리로만 본다면 진작에 문을 닫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서울 명동성당 뒤편에 자리잡은 삼일로창고극장은 늘 '국내 최초의 민간 설립 극장이자 소극장운동의 본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재정난, 폐관, 재개관 등의 단어가 동시에 연상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1975년 개관 이후 해마다 관객이 줄면서 수차례 존폐 위기를 겪었던 삼일로창고극장이 또 한 번의 재개관을 준비 중이다. 최악의 경영 악화 상태에서 자발적인 후원회 결성으로 위기를 넘기는 게 하나의 순환 주기처럼 반복돼 왔지만 이번 재개관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대기업의 후원으로 재정난을 해결한 것은 물론 5월부터 아예 공연장 문을 닫고 본격적인 개ㆍ보수 과정을 거쳤다. 재개관하는 10일 새로 꾸민 무대에 처음 오르는 작품은 뮤지컬 '결혼'(이강백 작, 정대경 연출)이다.

"그나저나 한 번 할까요?" 남자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여자. "뭘 해요?"하고 남자의 손을 붙잡는 순간 들려오는 연출자의 지적. "아니야, 여자가 그 대목에서 남자 손을 잡으면 안 되지."

2일 삼일로창고극장에서는 뮤지컬 '결혼' 연습이 한창이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사랑관과 결혼관을 통해 삶의 참된 가치를 말하는 작품이다.

"작년만 해도 새는 빗물을 받기 위한 깡통이 무대 천장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며 공연장의 변화를 설명하는 극장 대표 정대경(52)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서울 중구청에 지불해야 할 위법건축물 이행강제금 체납액을 갚을 길이 없어 지난해 말 폐관 위기에 몰렸던 삼일로창고극장은 태광그룹이 이 비용과 공사비를 지원하고 향후 3년간의 극장 운영비도 후원하기로 하면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 공연장에서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주연 배우 박형준씨는 "어렵게 공연을 이어간다는 걱정 없이 연습을 하니 안심이 된다"고 했다.

여러 차례 폐관과 재개관을 거듭해 왔지만 준공된 지 53년 된 삼일로창고극장의 시설을 대대적으로 보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관상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지만 천장에서 물이 새지 않는 게 극장 관계자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다. 68석이던 객석도 106석으로 늘렸다. 건축법 위반의 화근이 됐던 2층의 갤러리는 없애고 그 자리를 야외 카페로 꾸몄다. 정 대표는 "공연장의 바닥까지 드러내고 공사를 벌였다"며 "삼일로창고극장이 바닥을 찍고 다시 일어서는 의미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미 수차례 폐관과 재개관을 경험한 바 있는 정 대표의 마음가짐은 확실히 이전과는 달라 보였다. 그는 "최고(最古)가 아닌 최고(最高)의 공연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 만큼은 젊은 창작자들의 실험적인 다양한 시도를 담을 수 있는 인큐베이팅 공간으로의 위상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각오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장르이지만 철학적인 의미가 담긴 '결혼'을 재개관 첫 작품으로 선택한 것도 그래서다. 다음 공연으로는 임경식, 박상하, 최재오, 박재완씨 등 10명의 연출가가 실험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오프 대학로 페스티벌을 준비 중이다.

'결혼' 첫 공연이 있는 10일에는 배우 박정자씨와 연출가 김도훈, 강영걸씨 등 연극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고극장 재개관 기념 행사를 열 계획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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