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사태를 정부와 정치권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지점에 왔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크레인에서 농성을 한 지 벌써 200일이 넘고, 희망버스가 3차례나 부산을 다녀간 데 이어 서울에서 4차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노동단체, 시민단체, 야당이 개입한 지 오래며 상당수 여당 의원들도 사태의 급박함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입과 달리 사태 해결을 위한 진정한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노사갈등이나 이해집단 대립의 장기화가 가져올 파국과 후유증은 쌍용차 사태나 용산사태 등에서 이미 여러 차례 체험한 바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로 직접 피해를 겪고 있는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는 이유다.
가장 좋은 길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타협하는 것이나 그런 국면은 지났다고 본다. 이제 이 사태는 전국적인 문제가 됐으며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정치현안이 됐다.
이 문제를 푸는데 두 가지 대립되는 흐름이 있다. 하나는 정부 여당이 고수하는 노동질서 확립, 기업이 중시하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이며, 다른 하나는 노동단체와 야당이 문제 삼는 정리해고의 부당성, 기업주의 부도덕성이다. 어느 쪽이나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고 절박한 가치다. 이 같은 본질적 문제들을 따져보기도 전에 한진중공업 사태는 희망버스라는 정치성, 정리해고 직후 주주배당을 하고 장기 외유를 하는 기업주의 무책임이 두드러져 격한 대립전선이 형성돼 있다.
따라서 사태를 순리적으로 해결하려면 정치성과 무책임을 해소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희망버스라는 정치적 이벤트로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을 자제하고, 정부ㆍ여당은 조남호 회장을 귀국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리해고가 부당했는지, 기업주가 부도덕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청문회를 열면서 김진숙 씨의 농성도 해제하는 질서회복 조치가 동시에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이 그런 노력을 해야만 국민 신뢰를 얻고, 노사에 합리적 타협점을 찾게 하는 영향력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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