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격이다. 국가 경제가 파탄나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 수모를 당한 그리스가 이번엔 급증하는 극우주의 세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AP통신은 1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는 이주민들에 대한 증오범죄의 진원지”라며 “아테네 일부 지역이 파시스트의 무법지대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EU 대테러부서 관리들이 노르웨이 연쇄 테러에 따른 모방범죄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그리스에서는 이미 극우 테러가 일상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5월 아테네에서 발생한 이민자 집단구타 사건. 검은 셔츠를 입은 젊은이 수백명이 대낮에 칼과 몽둥이를 들고 몰려 다니면서 유색인종 이민자들에게 마구 폭력을 휘둘러 25명의 중상자가 생겼다. 극우 청년들이 아테네 중앙 광장에 죽치고 앉아 사냥감을 물색하는 모습도 더 이상 어색한 광경이 아니다. 나임 엘간두르 그리스 무슬림협회장은 “아테네에만 5,000명의 강성 극단주의자가 활동한다”며 “최근 1년 동안 간이 이슬람 예배당 10곳 이상이 방화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6월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에서 피부색과 국적을 따져 외국인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하는 인종차별 범죄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극우파의 확산은 극우주의가 자생하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제 위기로 실업률은 치솟는데 불법 이민자마저 급증하면서 이들이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실제 지난해 유럽에서 적발된 불법 이민자의 90%가 터키 국경을 거쳐 그리스로 유입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파는 곧장 정치권에 미쳤다. 지난해 11월 아테네 지방선거에서 신나치즘을 추종하는 정당 ‘황금새벽’이 예상 밖의 지지율(5.3%)을 기록하며 최초로 시의회에 진출한 것이다. 유럽 극우정당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틈타 주류 정치세력에 편입된 것과 같은 흐름이다.
그러나 그리스 경찰은 “최근의 폭력사태가 인종차별 범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범죄집단 사이의 분쟁이 와전된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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