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불고 볕 좋은 날 바닷가 염전에는 소금꽃이 피어난다. 짠물이 마르면서 수면 위로 돋아나는 새하얀 소금 결정이 꽃 같다. 국내 천일염의 주산지인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소금이 온다’고 말한다. 짜고 텁텁한 바닷물이 무색 투명한 정육면체 소금이 되기까지는 꼬박 25일이 걸린다. 거의 매일 땡볕 아래 저수지에서 증발지로 바닷물을 옮기면서 염도를 높여 간다. 그 고된 작업에 염부들 등에도 소금이 돋아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소금꽃이 핀다’ 특별전은 소금 생산 방식과 쓰임새를 중심으로 소금의 문화를 소개한다. 다대기, 무자위, 물꼬망치 등 염전에서 사용하는 도구와 관련 기록, 그림, 사진 등 28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전시장에는 전남 신안군 비금도의 폐염전 소금창고를 재현해놨다. 소금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3D 동영상 등 영상을 많이 활용하고, 소금 뿌려서 부정 물리치기 등 체험 코너도 마련해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소금 생산 방식을 소개하는 코너는 천일염 중심으로 돼 있다. 천일염은 염전에 가둔 바닷물을 태양빛에 말려서 소금을 얻는 방식으로, 일제강점기에 널리 보급됐다. 천일염이 ‘왜염’으로도 불리는 까닭이다. 한국 전통 소금은 ‘끓일 자(炙)’를 쓰는 자염이다. 말린 갯벌흙을 깨끗한 바닷물로 거른 다음 장작불에 장시간 뭉근하게 끓여서 구워낸 소금이다. 입자가 곱고 순하고 구수한 맛에 영양도 만점이지만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데 비해 대량 생산은 어려워 천일염에 밀려났다.
한국인들은 소금을 음식의 맛을 내거나 오래 보관하기 위해 식품을 절이는 데만 쓴 게 아니다. 소금의 쓰임새를 소개하는 코너에서는 충남 논산의 시골 마을에서 화재를 막으려고 뒷산에 묻은 소금 단지도 볼 수 있다. 주민들의 허락을 받아 가져왔다고 한다. 이런 액막이 소금단지는 보통 가정집의 한 구석이나 절집 시렁에도 흔히 놓여 있었다. 자다가 오줌을 싼 아이에게 쌀을 까부르는 키를 씌워 소금을 얻으러 다니게 한 것도 지금은 사라진 정겨운 풍경이다.
이번 전시는 ‘전남 민속의 해’를 맞아 마련했다. 국내 소금 생산량의 86%가 전남에서 난다. 특히 신안군에 염전이 많다. 깨끗한 바다, 질 좋은 갯벌에 수심이 깊지 않고 조수 간만의 차이가 크면서 일조량도 풍부해 천일염 생산에 최적인 덕분이다.
전시는 9월 13일까지 한다. (02)3704-3152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