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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MRO 철수로 끝날 수 없는 대기업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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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MRO 철수로 끝날 수 없는 대기업의 책임

입력
2011.08.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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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9개 계열사의 아이마켓코리아(IMK) 지분 58.7%를 매각,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및 상생 협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처럼 점증하는 사회적 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다. 그렇지만 국내 대기업 최초의 결정인 데다 빠르게 파급, LG SK 한화 등이 사업 철수나 동결 검토에 들어갔다니 그 의미가 각별하다.

문구를 비롯한 각종 소모성 사무용품과 청소용품 등을 공급하는 MRO 사업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잠식한 대표적 사례로서, 중소기업의 반발도 유난히 컸다. 처음 비용절감 노력의 하나로 시작된 소모성 자재 공동구매 사업이 어느새 별도 사업으로 독립했고, 그 결과 계열사에 소모성 자재를 저가에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정부 조달 사업에 참여하는 등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중소 유통업체의 시장을 빼앗는 데 그치지 않고, 납품가격을 후려치고 대금 결제기일을 늘려 생산업체까지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중소기업과 시민단체의 반발과 항의가 잇따라 여론이 악화하면서 대기업 계열 MRO 업체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가중돼 왔다. 올 들어 정부와 공기업 일부가 거래를 중단했고, 국세청도 조사에 착수했다. 8월 임시국회에서는 이 문제를 다룰 청문회도 열 예정이다. 이런 사회적 압력에 비추어 MRO 사업 수익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경영 판단은 합리적이다.

우리는 삼성의 결정에서 비롯한 대기업의 MRO 사업 재검토 움직임이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사업 확장 검토 과정에서 수익성과 성장성보다 대기업의 품격에 어울리는지 먼저 살피고, 법보다 사회적 인식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토대 위에서 기초적 소재ㆍ부품 생산까지 자체 계열화하거나 자본ㆍ인적 관계가 밀접한 ‘자매 그룹’계열사에 맡기는 관행을 고쳐야 동반성장의 본령에 이를 수 있다. 대기업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사회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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