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주연, 방문진 조연의 막장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하다." "국민 우롱이다. 세상에 이렇게 처신이 가벼운 공영방송 사장이 또 있을까."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1일 MBC 최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김재철 MBC 사장을 재신임하고 이날 저녁 초스피드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재선임 절차를 마치면서 사흘 간의 소동은 일단락됐다.
지난달 29일 사표를 던졌던 김 사장은 2일부터 다시 사장 자격으로 출근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김재철 사장은 지역 MBC를 둘러본다며 며칠 일정으로 출장을 가 버려 출근 저지에 나선 MBC 노조와 충돌은 피했다. 그러나 노조가 4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가는 등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MBC가 또 벼랑 끝에 서게 됐다. 이 와중에 김 사장은 지역사 몇 군데를 둘러보고 다음 주 휴가를 갈 예정이다.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이 치고 빠지는 격이다.
사실 김 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진주ㆍ창원 MBC 통폐합 승인 지연에 '항의'한다며 사표를 냈을 때만 해도 이유가 석연치는 않지만 사임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올해 2월 내부의 반대 속에 어렵게 연임된 김 사장은 임기가 아직 2년 반 정도 남은 상황.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이 8월 중 처리를 약속했다고 알려진 진주ㆍ창원 MBC 통폐합 승인 건으로 사표를 던졌을 리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때문에 '총선 출마용' '와병설' 등 갖은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던 김 사장이 1일 자신의 거취를 논의하는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사표는 진주ㆍ창원 MBC 통폐합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방통위에 항의하기 위한 성격"이었다며 "진의가 아니었다. 열심히 하겠다"고 반전을 안겼다. 방문진 이사회는 김 사장 재신임을 찬성 6표, 기권 3표로 가뿐히 통과시켰다. 표결에 반발한 야당 측 이사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여당 측 이사들끼리 결정한 재신임의 효력과 사장 공모의 절차상 하자를 놓고 논란이 있긴 하지만 마치 짜놓은 각본인 듯 '김재철 경거망동 쇼'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애초에 이사회가 여야 추천 6:3 구조라 '김재철 구하기'이사회는 예상됐던 바이다. 하지만 김 사장의 '너무 가벼운' 진의는 파격이었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일장연설을 하는 등 돌발행동을 일삼았던 행보에 비추어 보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겠으나, 최소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그런 처신을 하리라고는 짐작 못했기 때문이다.
김재철 사장은 시사 프로그램 PD 탄압, 일방통행식 경영, 공정성 훼손 등으로 그렇게 내부의 사퇴 압력을 받을 때는 꿈쩍도 않더니 대다수가 수긍하지 못할 이유로 간단히 사표를 내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래켰다. 그가 '3선'사장이 되면서 MBC는 내홍으로 일촉즉발 위기에 처했다. 김재철 사장의 경거망동 후폭풍이 공영방송 MBC를 얼마나 더 쑥대밭으로 만들지 걱정스럽다.
채지은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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