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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3년 만에 금 25톤 1조원어치 매입/ 오를대로 오른 금값 "상투 잡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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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3년 만에 금 25톤 1조원어치 매입/ 오를대로 오른 금값 "상투 잡을라"

입력
2011.08.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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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미루고 미뤄오다 13년3개월 만에 금을 샀다. 1톤 트럭 25대 분량, 우리 돈으로 1조원 어치가 훨씬 넘는 액수다. "금값은 계속 오르는데 왜 우리나라 중앙은행만 금을 매입하지 않느냐"는 비판에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금값은 오를 대로 오른 상황. 뒷북 금 매입으로 혹시 상투를 잡은 건 아닌지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한은, 드디어 금을 사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량은 전달 14.4톤에서 39.4톤으로 한달 새 25톤 증가했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4월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모아진 금을 수출하고 남은 자투리 금을 매입한 뒤 처음으로 한은이 금을 사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금 보유액은 원가 기준으로 전달 8,000만달러에서 13억2,000만달러로 급증했고, 외환보유액 중 비중도 0.03%에서 0.4%(시가 기준은 0.7%)로 10배 이상 높아졌다.

그 동안 한은은 갖은 구실을 대며 금 매입을 주저해 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외환보유액 규모가 너무 적다는 이유였고, 2000대 중반에는 한은이 적자를 보고 있어서 배당수익이 없는 금을 보유하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2008년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유동성 확보가 우선이라며 금 매입을 기피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은 줄곧 0.1%에도 한참 못 미쳤다. 역사적으로 금 본위제를 채택해 금 비중이 60~70%에 달하는 서유럽 국가나 미국은 제쳐 두더라도, 중국 인도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1~9%)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한은은 뒤늦게 금 매입에 나선 이유로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돌파(3,110억3,000만달러)하면서 운용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외환보유액 규모가 적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보유액 투자를 다변화할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며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외환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제 금 보유를 확대해도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이 실물 안전자산이어서 외환보유액의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이 밝힌 매입 이유 중 하나다.

한은, 상투 잡았나

하지만 실제로는 금 가격이 계속 뛰니까 매입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주저주저하다 뒤늦게 상투를 잡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론 이제라도 금을 사들인 게 다행인 측면도 있지만, 뒷북 매입 논란은 두고두고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온스당 600달러 초반대에 머물렀던 금 가격은 최근 수년 간 가파르게 상승해 1,600달러를 돌파했다. 실제 한은이 지금까지 보유해온 금의 톤당 매입 단가는 550만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번에 새로 매입한 금은 톤당 5,000만달러에 육박한다. 그간의 물가 상승을 감안하긴 해야겠지만, 과거에 비해 거의 10배나 비싼 가격에 금을 사들인 셈이다.

물론 현재로선 앞으로 금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긴 하다. 금은 대량생산이 어려운데다 장신구는 물론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 가격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전 세계가 긴축에 나서 국제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경우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지면서 투자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설령 금 가격이 추가로 올라서 상투를 잡은 것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이전에 좀 더 낮은 가격에 금을 살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던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오래 전 금 매입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금을 사들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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