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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카니발리즘의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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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카니발리즘의 광기

입력
2011.08.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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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소설 (金閣寺)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금각사에 불을 질러놓고 지켜보던 방화범인 소설 속 주인공의 희번덕거리던 눈동자 같은 것을 김포공항으로 들어온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눈빛에서 보았다.

송환 당할 줄 알면서도 찾아온 일이나, '독도는 일본 땅'이란 망언을 서슴지 않으며 송환에 버티는 비상식적인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금각사에 불을 지르는 의 주인공 '미조구치'를 보았다. 한 국가의 중의원이고 참의원이며 외교의 관례를 알 것인데 그들의 무례는 금각사에 불을 지르고 함께 불에 타 죽는 미조구치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극우의 일본인에게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의 광기가 유전되는 것 같다. 일본은 임진왜란 때 포로로 잡힌 조선인의 코를 잘라 코 무덤을 만들고 귀를 잘라 귀 무덤을 만들어 놓았고, 태평양전쟁에서는 조선인을 잡아먹는 식인(食人)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 같은 카니발리즘을 전쟁이란 극한 상황이 연출한 잔인한 사건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일본은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 일본은 광기의 제국이다. 8월에는 36년간 빼앗겼던 대한민국의 주권을 되찾은 날인 '광복절'이 있다. 그 8월의 첫날부터 한반도를 분노로 들끓게 만들어 놓고도 그들이 미조구치를 닮은 표정을 보이고 있는 건 분명 불안한 광기다. 소름 끼치도록 불안한 광기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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