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한 표 더 받기 위해 쇼를 하는 거다." "얼마나 우리를 우습게 보면 이런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거냐."
울릉도를 방문하겠다며 1일 오전 11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9시간 만에 돌아간 일본 자민당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의원 일행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나라사랑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일본 의원들의 무리한 독도 쟁점화 시도에 크게 분노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전일본공수(ANA) 항공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신도 의원의 첫 마디는 거만했다. 그는 "울릉도를 보고 싶어 방한했다"고 말한 뒤 "다케시마(竹島)는 일본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입국 금지가 되면 큰 외교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터무니없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신도 의원은 한국 입국을 거절 당한 뒤 "우리가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무슨 근거로 국경안전을 해친다고 하는 거냐"고 주장했다. 사토 의원은 트위터(@SatoMasahisa)에 공항상황을 생중계하며, "한국 정부의 대응은 불명료하고 문제점도 많다"며 "내일 자민당 외교부회에서 보고를 하고 대응방침을 논의하겠다"고 적었다. 또 "일본 공항의 입국 게이트에서는 우리편 데모대가 승리를 맞이할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김포공항을 관할하는 한효근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장은 "대한민국의 공공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어 이들의 입국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신도 의원 일행은 이날 저녁까지 입국 거부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김포공항 임시 대기 사무실에서 버티다 결국 오후 8시10분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귀국을 거부하자 정부는 "현재 임시 대기실에 있지만 8시10분 마지막 일본행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일반 송환대기실로 옮겨야 한다. 여기에 있으면 불법체류자와 같이 밤을 지새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국민을 극도로 자극한 신도 의원 일행은 점심으로는 ANA 측이 제공한 비빔밥을 먹고,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비서관에게 "한국산 김을 사오라"고 지시해 한 박스를 비행기에 싣는 등 어처구니 없는 행태도 보였다.
일본으로 돌아간 신도 일행은 하네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평화적으로 울릉도를 방문하려고 했지만 거부당한 것은 유감"이라며 "한국 정부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방문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청사는 이들을 성토하는 분위기로 종일 시끌시끌했다. 특수임무유공자회 50여명은 입국장 진입을 시도하다 한때 공항경찰과 대치했고 보수단체 회원 600여명은 일장기를 찢고 '재수 없다'는 의미로 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려댔다.
시민들의 반응도 격분에서 차분한 대응 요구까지 다양했다. 휴가를 포기하고 두 아들과 김포공항을 찾았다는 시민 장세남(49)씨는 "민족의 자주권을 침해하려는 일본에 항의하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면서도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독도를 탐내는 일본에 냉정하게 대응하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한 호현(17), 유현(16) 형제 역시 "일본의 주장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잘못된 점을 일본에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마침 일본에서 귀국한 최미애(24)씨는 "해외언론이 지켜 보고 있기 때문에 괜히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독도를 관할하는 경상북도에서도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행 시도를 강력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용복재단과 포항시 안보연합회 등 경북 지역 10여개 사회단체 회원 1,000여명은 이날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목숨을 걸고 울릉도 입도를 막을 것"이라며 자민당 의원의 울릉도 방문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김포공항=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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