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5남매 훌륭하게 잘 키우겠습니다."
1일 오전 11시 서울 성내동 강동구의회 건물 3층에서 갈색 눈을 가진 여인이 눈물을 쏟아냈다.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낸 지 10여 일째 5남매는 그런 엄마를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지난 20일 천호동 상가 리모델링 공사 중 붕괴사고로 숨진 김모(46)씨 유가족 이야기다. 당시 김씨가 페루 출신 부인 P씨(42)와 5남매를 둔 다문화가정의 가장인 사실(한국일보 7월 23일자 8면)이 알려지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했고 사연을 접한 독자들의 온정 어린 손길이 시작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회는 이날 김씨 가족에게 후원금 100만원을 전달하고 남은 임기 3년 동안 매달 3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사고 당일 김씨 매몰 소식을 듣자마자 인천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김씨 가족은 밤샘 구조작업에도 김씨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자 기운을 잃었고, 옆에서 같이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조동탁 강동구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이 이들의 잠자리를 마련해주면서 의회와 인연을 맺었다. 성임제 강동구의회 의장은 "사고현장에서 아버지가 구조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며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고자 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강동구의회의 후원 소식을 들은 강동구도시관리공단도 매달 일정액씩 후원하기로 했다.
페루 출신 부인 P씨는 1990년 초 선교활동을 하러 한국에 왔다가 교회 관계자의 소개로 김씨를 만나 결혼했다. 빠듯한 살림에도 5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고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았던 김씨는 인천에서 서울 천호동의 공사장을 찾은 첫날 변을 당했다. 현재 인천 동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후원금 전달식이 끝난 뒤 P씨는 "남편은 떠나 보냈지만 남은 아이들은 내 힘으로 잘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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