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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프랑스 미술: 마르셀 뒤샹' 전/ 거품나는 쓰레기통·호수위의 도자기…이것도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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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프랑스 미술: 마르셀 뒤샹' 전/ 거품나는 쓰레기통·호수위의 도자기…이것도 예술이다!

입력
2011.08.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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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거품이 부글부글 넘치는 대용량 이동식 쓰레기통과 도자기 그릇이 둥둥 떠 다니는 수조, 타이어와 자전거바퀴로 만든 샹들리에 등이 관객을 맞는다.

'이것도 예술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관객에게 프랑스 출신 초현실주의 작가 마르셀 뒤샹(1887~1986)은 고한다. '그것도 예술이다'고. 그는 고물자전거 바퀴를 원형의자에 올려 설치한 '자전거 바퀴'(1913), 남성용 소변기를 뒤엎은 '샘'(1917) 등 기성품(오브제)을 이용한 예술을 파격적으로 선보이며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연 주인공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본관에서 10월 16일까지 열리는 '오늘의 프랑스 미술; 마르셀 뒤샹'전은 그의 정신을 잇는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들이 일상 오브제로 만든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현대미술국제화추진회(Adiafㆍ아디아프)가 마르셀 뒤샹을 기려 프랑스 출신 젊은 현대미술가에게 수여하는 '마르셀 뒤샹'상의 역대 수상자와 후보자 46명 중 16명의 사진, 설치, 미디어아트, 조각 등 100점이 나왔다. 아디아프는 1994년 프랑스 내 미술품 개인소장가 300여명이 모여 만든 단체다.

전시는 예술이 눈에 보이는 대상만이 아닌 그 속에 담겨 있는 정신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입구에는 높은 벼랑의 붕괴된 아스팔트 도로에 위태롭게 걸터앉은 작가와 그의 발 밑으로 아득하게 굽이도는 도로 풍경을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관객은 합성사진인지 아닌지, 어떻게 찍었는지 헷갈린다. 이 작품 '비합리적 사진'의 작가 필립 라메트는 중력이 무시된 듯한 사진을 찍어 우리의 신체나 상상력에는 장벽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마티유 메르시에의 '드럼과 베이스'는 산업용 오브제를 예술품으로 전환했다.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빨강, 노랑, 파랑의 원색 손전등과 화병, 서류철이 선반의 수직, 수평선과 조화를 이루며 네덜란드 신조형주의 작가 몬드리안의 '부기우기'를 흉내낸다. 작가는 "가공된 산업 오브제로 명작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예술과 산업의 양방향 교류를 꾀했다"고 했다. 벽에 걸린 접시를 중심으로 나이테처럼 동심원을 그린 '접시 동심원'과 천을 기워 건물 모형으로 만든 '코튼건축' 등도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밖에 거꾸로 뒤집힌 집의 바닥에 뚫린 구멍에서 난데없이 비눗방울이 샘솟고, 작은 꽃병에 시든 조화(조화는 시들 리가 없다)가 꽂혀 있는 피에르 아르두뱅의 작품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번 전시에 맞춰 방한한 질 포쉬(80) 아디아프 회장은 "예술은 사회ㆍ경제적으로 월등한 소수집단이 누리는 것이 아니고 정부에서 공공성 의도로 선사하는 것도 아니다"며 "이번 전시 작가들처럼 일상적인 물건을 예술로 전환하고, 우리의 삶과 예술가의 삶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데 예술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02)2188-6000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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