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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안철수 박경철 조국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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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안철수 박경철 조국의 운명

입력
2011.08.0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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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자'국민 멘토' 안철수, 팔방미인 시골의사 박경철, 국민 MC 김제동. 세 남자의 수다가 일을 냈다. 7월 29일 심야에 방영된 MBC '안철수와 박경철'이 시청률 10.9%(AGB 닐슨미디어리서치)로, 다른 방송사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가볍게 제치고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시간대 KBS 2TV , SBS 은 각각 4.6%, 7.4%에 그쳤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시청률이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을 누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예능프로 누른 세 남자의 수다

도입부에서 세 남자는 21세기 리더십론으로 어울렸다. 안철수가 화두를 띄웠다. 20세기까지의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있고 외향적인 성격에 목소리가 큰 사람이 가졌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바뀌었다. 일반대중은 리더를 쳐다보고 따라갈 만한 사람인가를 판단해서 따라간다. 즉, 리더십은 일반대중이 리더에게 준다는 요지다.

박경철이 받았다. 공감과 연대, 수직이 아닌 수평, 직렬이 아닌 병렬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만이 새로운 리더십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거 아니냐고. 그러면서 생뚱맞게 김제동에게 정의로움에 대해서 물었다.

김제동은 인기 MC들의 리더십 스타일을 갖다 붙이며 나름의 정의론을 개진했다(강호동, 이경규, 유재석, 신동엽이 어떻게 김제동 자신의 안경을 벗게 만들 것인지, 그 요절복통의 입담은 지면상 생략). 자신이 누리는 힘이 어디서 왔는지 잊지 않고 자기를 위해서 그 힘을 쓰는 게 아니라 받은 힘이니 돌려줘야 함을 잊지 않는 것. 그게 리더로서 가져야 할 정의로움이란다.

세 사람의 대화는 곳곳에서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유쾌함이 있었고, 만만치 않은 메시지와 무게로 가슴에 와 닿았다. 얼핏 플라톤의 를 떠올리게도 했다. 이 프로그램의 본론, 세 사람이 대안학교인 지리산 고등학교를 찾아가 학생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장면은 세 사람이 살아온 역정과 겹쳐 시청자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뭉클함을 주었다.

특정 방송 프로그램 내용을 다소 과하다 싶게 소개했다. 출연자 안철수와 박경철, 그리고 그 둘과 비슷한 스타일로 인기를 누리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 교수의 정치권 영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에 관한 얘기를 꺼내려는 서론이 길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세계의 스타이기도 한 세 사람의 정치권 영입설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 '운명'으로 뜨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엊그제 자신의 저서 북 콘서트에서 안철수와 조국 두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러브 콜을 보내면서 정치권 안팎의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했다. 문재인이 기대한 것처럼 부산 출신이기도 한 안철수 조국 두 사람이 내년 총선 때 부산 경남지역에서 함께 뛴다면 이 지역은 물론 전국의 총선 판도가 꽤나 재미있어질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은 정두언 의원의 경계 내지 견제의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우리 사회에서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인물이 지극히 드문 마당에 그나마 있는 존재도 아껴야지 그들마저 흙탕물에 끌어들인다는 것은 그들도 코웃음칠 것"이란다. 바탕에 깔린 정치 셈법과는 별개로 지당한 말이다. 당사자들도 정치에 직접 발을 들여놓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누차에 걸쳐 분명하게 밝혀 온 것도 사실이다.

대중이 원하는 리더로 나서나

그러나 직접 정치에 뛰어들지 않겠다던 문재인이 운명처럼 한 발 한 발 현실정치판으로 다가가고 있듯이 그들도 스스로의 운명을 잘 모를 수 있다. 리더십은 대중이 준다는 안철수의 21세기 리더십론, 여기에 공감한 박경철, 받은 힘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돌려줘야 하는 것이 리더의 정의로움이라는 김제동의 일갈. 품성이나 세계관 등 여러 면에서 같은 과에 속하는 문재인 안철수 박경철 조국 앞에 놓인 운명에 예언적 메시지는 아닐는지. 안티가 없는 그들의 순수함에 흙탕물이 튈까 가슴 졸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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