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군사작전을 시작한 명분 중 하나는 탈레반 탄압을 받는 여성 해방이었다. 뉴욕타임스가 10년 뒤 아프간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10대 연인의 비극을 소개했다.
17세 동갑인 라피 모하메드와 할리마 모하메디는 1년 전 서북부 최대도시 헤라트의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처음 만났다. 타인의 시선을 피해 눈빛과 안부 인사로 호감을 확인하고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이들은 매일 밤 전화로 사랑을 확인했다. 연인 사이를 더는 숨기지 않기로 한 두 사람은 혼인 신고를 위해 법원으로 빌린 차를 몰았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다른 차가 길을 막은 뒤 사람들이 뛰어 나왔다. 이들은 "왜 남녀가 같은 차에 탔느냐"며 두 사람을 끌어낸 뒤 소년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300명으로 늘어난 군중은 두 사람이 혼전 순결을 잃었다며 돌팔매 사형이나 교수형을 요구했다. 경찰이 달려가 이들을 구해 냈지만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군중은 경찰차를 불지른 뒤 경찰서로 몰려가 폭동을 일으켰다. 그 과정에서 1명이 숨졌으며 10대 연인은 소년원에 수감돼야 했다. 그러나 두 연인에게 더 큰 시련은 법 테두리 밖에 있었다. 소녀의 백부가 가족 이름을 더럽혔다며 명예살인을 다짐하자, 그의 아버지는 "피를 흘리도록 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며 동의했다.
아프간 당국은 지난해 북부도시 쿤두즈에서 도주 행각을 벌인 연인들이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공개 처형된 뒤 국제사회가 들끓은 점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10대 연인 보호를 다짐하고 있다. 고위 성직자들이 처벌 반대 의견을 밝혔고 의회도 정부에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사법당국은 석방 시 살해될 것을 우려해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족간 합의로 이뤄지는 결혼 전통을 무시한 10대 연인의 사랑을 법이 지켜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폭동으로 숨진 희생자 가족은 소녀에게 "죽음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하고 "만약 우리 가족의 아들과 결혼하면 그 빚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부은 얼굴과 핏발 선 눈 치료를 받고 있는 라피는 "보수적인 하자라족의 소녀와 타지크족 소년이 만난 것이 이런 사태로 번질 줄 몰랐다"고 했다. 소년원에서 재봉기술을 배우고 있는 할리마는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신은 인간을 하나의 흙에서 창조했는데 왜 우리가 사랑할 수 없고 결혼할 수 없는가"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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