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단체전 메달을 노렸던 한국 마라톤이 출발선에 나서기도 전에 비틀거리고 있다.
현역 최고기록을 보유한 지영준(30ㆍ코오롱ㆍ2시간8분30초)이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ㆍ경보 기술위원회는 1일 지영준과 아킬레스건에 통증을 호소하는 박주영(31ㆍ한국전력)을 마라톤 남자 대표 최종 명단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는 정진혁(최고기록 2시간9분28초) 김민(2시간13분11초ㆍ이상 건국대) 황준현(코오롱ㆍ2시간10분43초) 황준석(서울시청ㆍ2시간16분22초) 이명승(삼성전자ㆍ2시간13분25초) 등 5명이 출전한다.
한국은 당초 지영준을 앞세워 마라톤 단체전에서 메달을 기대했다. 단체전은 나라별 출전선수 5명 중 기록이 좋은 상위 세 선수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번외 종목이다. 한국은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딴 데 이어 이번에는 안방에서 내심 금메달까지 기대했었다.
지영준은 올 시즌 3번의 국제대회를 모두 무산시키는 최악의 컨디션으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경기 당일 감기몸살 증세로 대회를 포기했고, 4월 대구 국제마라톤대회도 허벅지 근육통으로 불참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올 시즌 들어 42.195km 풀코스를 한 번도 소화하지 못한 지영준은 급기야 6~7월에는 마라톤 약물 파문의 중심에 서면서 훈련에 큰 지장을 받기도 했다.
명예회복을 위해 이를 악문 지영준은 강원 양구에서 최근 35~40㎞ 거리 훈련을 한 두 번 정상적으로 치렀으나 지난주 다시 근육통을 호소했고 결국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황영조 마라톤기술위원장은 "지영준이 한국 마라톤의 대표성이 있긴 하지만 컨디션이 최악인 상태에서 대회에 출전시킬 수 없다"며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만화 대표팀 코치도 "지영준이 마지막까지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맹이 선수보호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니겠느냐"고 소감을 밝혔다.
기술위원회는 이와 함께 경보와 장거리 트랙 종목에 나설 대표 선수 명단을 확정했다. 메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남자 경보20㎞에는 최고기록이 1시간19분31초로 올 시즌 세계랭킹7위인 김현섭(26ㆍ삼성전자)을 필두로 박칠성(29ㆍ국군체육부대)과 변영준(27ㆍ대구시청)이 나선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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