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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스크린 밖 모습에서 진짜 스타가 보인다

입력
2011.08.0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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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온 두 배우는 줄을 선 취재진을 위해 정성껏 사인을 해줬다. 한참 펜에 힘을 싣던 두 사람은 “정말 미안하다. 다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자리를 떠났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던 세계 각국의 취재진들은 발걸음을 재촉하는 두 사람의 등 뒤에 아쉬움 담긴 목소리로 “고마워요”를 외쳤다. 2009년 칸국제영화제를 찾았다가 먼발치서 바라본 소피 마루소와 모니카 벨루치의 모습은 톱스타하면 흔히 떠오르는 거만, 오만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같은 해 토론토영화제에서 마주친 이완 맥그리거와 조지 클루니, 제프 브리지스의 ‘서비스 정신’도 만만치 않았다. 영화 상영에 앞서 극장으로 입장하던 세 사람은 팬들이 내미는 메모지에 일일이 사인을 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서 ‘친절한 톰아저씨’로 불리는 톰 크루즈가 한국 팬들에게 보여준 배려심은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어쩌면 크루즈의 따스한 인성은 해외 톱스타의 평균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2년 전쯤인가 영화 시사회 참석 중 카페에 들른 한 여배우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주변 사람 몇몇이 휴대폰을 들자 그 배우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발 사진 좀 찍지 말아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의 얼굴에 팬들을 향한 평소의 마음이 비치는 듯해 눈살이 찌푸려졌다.

며칠 전 감독 등 영화인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러저러한 영화계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는 국내 톱스타들 성토장이 됐다. “현장에서 지나치게 스타 대우를 받으려 한다” “돈만 받으면 자기 일은 끝나는 것으로 안다” “티켓 파워도 없고 출연료만 높다”…

영화 출연만 했다 하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는 두 여배우가 주로 도마에 올랐다. “국내 영화산업은 죽어가는데 연기도 못하면서 개인의 이익만 도모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인성을 갖춘 충무로 배우들도 있지만 대체로 해외 유명 배우들보다 안하무인 격인데다 스타 티를 더 낸다는 게 동석한 사람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개인 스타일리스트와 미용사, 매니저 등을 줄줄이 대동하고 해외 영화제를 찾는 사치스러운 행태도 입방아에 올랐다.

외국 배우들의 ‘바른 행실’이 비교 대상에 올랐다. “홍상수 감독 신작에 출연 중인 이사벨 위페르는 매니저 없이 국내에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 “일본 유명 배우 와타나베 켄도 해외 출장 중 혼자 다닌다” 등등.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 그러나 스타는 스크린 밖 행실로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명도에 걸맞은 인성과 팬 관리가 필수인 이유다. 배우들에게만 화살을 돌릴 수 있을까. 그들을 공주님 왕자님으로 만든 영화계와 언론의 책임도 무시 못한다. 인성까지 갖춘 진정한 스타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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