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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페스티벌 공식 초청된'템페스트' 연출가 오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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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페스티벌 공식 초청된'템페스트' 연출가 오태석

입력
2011.07.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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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 공식 초청작이라는 타이틀이 짐이 된 걸까. 40년 넘게 극작ㆍ연출가로 작품 60여 편을 무대에 올린 한국 연극계의 거장 오태석(71)씨의 얼굴에는 긴장하는 빛이 가시지 않았다.

지난달 29, 30일 경남 거창군 위천면 국민관광지 '수승대'. 국내 최대 야외연극축제인 거창국제연극제(13일까지)에서 같은 이름의 셰익스피어 원작을 한국적 색채로 재해석한 '템페스트'를 개막작으로 선보인 자리에서다. 장르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공연축제인 에든버러 페스티벌 초청으로 13~16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킹스시어터에서 공연할 작품이다. 초연은 지난해 가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했고, 이번은 출국 전 국내 관객에게 받는 마지막 점검인 셈이다.

"내 색깔 많이 담았으니 잘 보여줘야지. 원작을 내 식으로 틀었는데 제대로 못 만들면 욕만 먹지 않겠어?"

그에게 해외 초청 공연이 처음은 아니다. 영국만 따져도 2006년 런던 바비칸센터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올렸다. 나이가 보증하는 관록에다 적잖은 해외 경험에도 불구하고 그가 새삼 긴장하는 것은 '에든버러'라는 무게감 때문이다.

"유럽 전역에서 모여든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세련된 관객이 호응해 주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해외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국내 관객들에게 '봐라' 이러고 싶어. 우리가 잊고 지내는 문화적인 표현, 정서 이런 게 얼마나 많은지를 이 연극을 통해 보여 주고 싶은 게지."

'템페스트'는 동생 안토니오와 나폴리 왕 알론조의 계략으로 쫓겨난 밀라노 영주 프로스페로가 13년 간 섬에 살면서 마법을 익혀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에는 모두를 용서한다는 내용이다. 오씨는 이를 5세기 신라(나폴리)와 가야(밀라노) 이야기로 치환했다. 무대는 특별한 세트 없이 한지와 부채, 싸리비 등의 소품으로 꾸며진다. 배우들은 한복을 입고 아쟁과 해금, 대금, 피리가 어우러진 국악이 흥을 돋운다.

"'템페스트'는 영국에서조차 관객에게 친숙한 텍스트가 아니야. 그런데 연극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은 이 작품 좋다고 하거든. 셰익스피어 할아버지가 마지막 희곡 재미없게 썼을 리 있겠어? 그 재미를 내가 찾아주겠다는 거지." 에든버러 공연을 통해 연극 전문가와 관객 사이의 간극을 좁혀 보고 싶다는 게다.

더불어 그는 "노래와 춤으로 유쾌하게 용서하는 한국의 '해학'정서도 유럽에 알릴 생각"이다. 무대를 "시각적으로 단원 김홍도 선생의 민화처럼 보이려 애쓴"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공연은 프로스페로의 노예가 된 섬 원주민 캘리번을 머리 두 개 달린 괴물로 표현하는 등 그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이 많다.

"후세에 부끄러운 게 참 많아. 비무장지대(DMZ)가 지금껏 존재하는 것만 해도 우리 세대가 지혜롭지 못하다는 증거야. 그러니 우수한 우리 전통문화라도 전해서 젊은이들에게 '네 안에 뛰어난 DNA가 분명히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에든버러 무대에 올리는 '템페스트'는, 과오 많은 구세대가 한국 젊은이들에게 구하는 "용서 같은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거창=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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