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도자들이 극우감정과 반이슬람주의를 부추겼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노르웨이 테러범의 이념적 배경이 극우민족주의로 드러나면서 유럽에 확산되고 있는 극우정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유럽 정상들 입조심 해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토르뵤른 야글란 노벨평화상 위원회 위원장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포함한 유럽 지도자들이 다문화주의를 언급할 때 극우주의 수사를 계속 사용한다면 위험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다문화주의를 논의할 때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7월 30일 보도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캐머런 총리에 이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도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고 잇달아 선언했다. 캐머런 총리는 특히 "다문화주의는 실패했으며 이슬람 극단주의가 뿌리를 내렸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의 발언은 영국과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영국국민당(BNP)과 국민전선의 즉각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야글란 위원장은 "정치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영향력이 매우 크다"며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용어를 바꿔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다문화주의만 해도 사용자에 따라 자신들의 필요에 맞춰 그 뜻을 약간씩 달리 사용하므로 오히려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쓰면 그 뜻을 명료하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식 테러리즘'보다는 지역과 연계되지 않는 '테러리즘'이라고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럽 극우, 이스라엘 보수와도 손잡다
나치를 신봉하고 이슬람을 혐오하는 극우정당들이 최근 이스라엘 극우 보수파와 연계하며 세력을 확장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웨덴 등의 극우정당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환대를 받으며 잇따라 회동한 사실이 속속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의기투합한 이유는 이슬람 세력을 막기 위한 중요한 보루가 이스라엘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의원 데이비드 라사르는 "이스라엘은 자기들이 점령한 땅이 자기들의 조국이며 그 땅의 경계를 열어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라며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극우정당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당 당수인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도 "이슬람 세력의 공격 때문에 이스라엘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며 "이스라엘이 붕괴하면 유럽의 기반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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