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사진) 한화그룹 회장이 1일로 취임 30주년을 맞는다. 김 회장의 나이는 만 59세. 다른 대그룹 총수들에 비하면 여전히 젊은 축이지만, '회장 경력'으론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길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4년)도 김 회장 보다는 회장 연차가 짧다.
김 회장은 1981년 그룹(당시 명칭은 한국화약그룹) 설립자인 고 김종희 회장이 타계하자, 29세 나이에 총수에 올랐다. 구설수도 많았고 여러 곤욕도 치렀지만, 경영자로선 발군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김 회장이 취임했던 81년 한화의 매출은 1조원대. 업종도 방위산업이 주력이었다. 하지만 취임 이듬 해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한양화학을 인수, 지금의 그룹 핵심기업(한화케미칼)로 키워냈다. 그리고 20년 뒤 대한생명을 인수함으로써, 금융을 그룹 사업포트폴리오의 중심축으로 만들었다. 최근엔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태양광과 바이오 쪽에 상당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굴곡도 있었다. 외환위기 직전 극심한 경영난으로 그룹 존립위기까지 맞았으며 언론사(경향신문)를 인수했다가 몇 년 만에 손을 떼기도 했다.
불 같은 성격으로 홍역을 몇 차례 치렀지만, 재계에선 의리파로 소문나 있다. 환란 직전 한화에너지를 현대정유가 매각하면서 "가격을 덜 받아도 좋으니 고용승계는 꼭 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대목이다. 그룹 임직원 중에 '기러기가족'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는 전원 비행기표를 사주는 '통 큰'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달엔 보름여 동안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5개국 '투자투어'의 강행군에 나설 만큼 글로벌 경영에 올인 하고 있다. 올해 한화그룹의 매출목표는 41조원. 국내 대기업 서열(공정거래위원회 기준) 9위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30주년은 별도 행사 없이 조용히 치르기로 했으며 대신 내년 그룹 창립 60주년에 맞춰 제2의 창업수준의 미래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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