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B747) 추락사고를 둘러싸고,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건 사고원인이 화재로 추정된다는 것뿐. 이를 뒷받침할 만한 건 사고 비행기 기장의 교신 내용 밖에 없으며, 사고 발생 나흘이 되도록 구체적인 증거는 전혀 나오질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종사 한 명이 최근 거액의 보험에 집중 가입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미묘한 대목이지만 사고의 미스터리는 더욱 더 증폭되는 분위기다.
교신 직후 곧장 추락?
31일 국토해양부와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으로 향하던 화물기가 "화물칸에 불이 났다"는 교신을 보낸 건 28일 오전 4시3분께. 당시 교신에서 조종사들은 화재 사실과 함께, 기체를 우회해 인근 제주공항으로 가겠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화물기는 불과 9분 뒤인 4시12분께 제주 서해상 130㎞ 지점을 통과할 때쯤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갑작스런 실종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마도 비상교신 후 화물기가 곧장 추락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이 밝힌 것처럼 제주공항으로 착륙을 시도한 게 아닐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추정은 비행고도에 대한 의문 때문에 나온다. 통상적으로 대형 화물기의 비행고도는 3만5,000피트인데, 국토부는 레이더에서 실종될 당시 화물기 비행고도를 7,000~9,000피트로 추정했다. 이 경우 사고 화물기가 9분만에 2만6,000~2만8,000피트를 하강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만약 정상적으로 기체를 돌려 제주공항으로 착륙하고자 했다면, 이런 급속한 하강이 이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왜 화재인가
당초에는 화물기에 실린 58톤의 화물 중 40kg가량인 리튬전지 폭발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해외에서도 지금까지 10여 차례 정도 리튬전지가 원인이 된 항공기 화재 및 폭발사고가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탑재된 화물은 그냥 리튬전지가 아니라 리튬이온전지다. 한 전문가는 "리튬전지는 내부의 리튬금속이 물과 반응해 화재가 날 가능성이 있지만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이 액체에 녹아 있는 상태라 발화물질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한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리튬이온전지와 함께 적재된 페인트와 아미노산용액, 합성수지 등의 인화성 위험물질을 주목하고 있다. 총 0.4톤에 달하는 이들 위험물질들의 탑재 상태가 불량했을 경우 한 물질이 기폭제가 돼 공중폭발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로 리튬전지를 수출한 게 한두 번이 아니고, 그 같은 폭발 개연성이 있다면 이미 항공사나 기장 등에게 충분히 보고됐을 것이란 게 업계의 해석이다.
32억 보험
사고 비행기의 조종사 중 한 명이 사고 발생 한달 전부터 30억원대 보험에 집중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조종사는 6월28일부터 7월18일까지 6개 손해보험사와 2개 생명보험사 등 모두 8개 보험사의 보장성 상품에 가입했다. 보장금액은 손보사의 경우 평균 6억원, 생보사는 각각 1억~2억원으로 총 보험료가 32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해당보험사 등은 조종사의 개인적 채무관계까지도 조사 대상으로 분류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국자는 "사고 원인에 대한 모든 조사를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워낙 예민한 부분이라 관련당국 모두 "현재로선 사고 규명이 우선"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해답은 블랙박스를 수거해 분석하는 길뿐이다. 하지만 블랙박스에 장착된 조난 신호발사기의 배터리 수명은 30일밖에는 되지 않는다. 사고지역 수심이 70㎙정도인데도 아직까지 블랙박스 신호는 잡히지 않고 있다. 해양경찰청과 해군은 9척의 선박과 헬기 4대 등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블랙박스 수거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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