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윤혜진(30)씨는 요즘 점심식사 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커피전문점 대신 빵집이나 도넛 가게에서 커피를 마실 때가 많다. 특별히 커피 애호가도 아닌데 '수다 떨 자리'를 위해 굳이 4,000~6,000원에 이르는 커피값을 내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김씨는 "웬만한 커피전문점은 점심시간에 손님으로 꽉 차 있다"면서 "전문점이 아닌 곳은 커피 가격도 2,000~3,000원대로 저렴하고 덜 소란스럽다"고 말했다.
# 요즘 오전이나 낮 시간 동네 베이커리에 가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아줌마부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혹은 학원에 데려다 주고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다. TV드라마 얘기부터 입시정보까지 아줌마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초등생 자녀를 둔 주부 김모씨는 "처음엔 분위기 좋은 커피전문점에서 모였는데 너무 비싸 요즘은 거의 매일 이곳에서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빵집이 변신을 하고 있다. 식사 후 잡담과 함께 커피 한잔을 즐기는 직장인,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놓고 시간 보낼 장소가 필요한 동네 주부들이 너무 값이 비싼 커피전문점을 피해 몰려 들면서, 베이커리나 도넛가게 등은 지금 사실상 카페로 재단장하고 있다. 테이크아웃 붐으로 사라졌던 테이블과 좌석이 늘어나고, 인테리어도 카페처럼 바꾸는 빵집들이 늘고 있다.
카페형 매장 전환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은 프랜차이즈 빵집들이다. 제과 프랜차이즈의 최강자인 파리바게뜨는 각 매장에 카페형으로 전환을 유도한 결과, 총 2,500여개의 가맹점 중 900여개가 카페스타일로 리모델링했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등 커피전문점에 있는 커피종류는 다 갖추고 있고, 여기에 커피전문점에는 없는 수제 요거트나 빙수 같은 계절 음료까지 구비했다. 본사의 매장 전환요구가 너무 공격적이어서 불만을 터뜨리는 가맹점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뚜레쥬르도 카페형 매장으로 개편한 곳이 늘었다. 주로 동네 빵집보다는, 대학가나 오피스 빌딩이 모여 있는 중심상권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신라명과 계열의 제과 프랜차이즈인 브레댄코 관계자는 "일반 빵집과 카페형 모두 창업이 가능한데 카페형 매장 개설 문의자의 비중이 예전에는 전체의 20~30% 정도를 차지한 것에 비해 최근에는 약 70~8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패스트푸드점과 아이스크림 전문점, 도넛 전문점 등도 카페형 매장으로 속속 바뀌고 있다. 롯데리아의 경우 전국 930여개 매장 중 85% 이상 점포가 이미 카페형으로 바뀐 상태. 롯데리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식사는 물론 장시간 대화나 학습,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과거 패스트푸드점은 천편일률적으로 딱딱한 의자와 테이블을 마련해 '회전율'을 중시했지만 카페형 매장으로 전환하면서부터는 편안한 가구와 분위기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도 더이상 여름 한철 장사가 아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나뚜르와 젤라또 전문점인 카페띠아모는 아이스크림 외에 커피 생과일주스 등 다양한 음료와 치크케이크, 와플 등 디저트 메뉴를 팔면서 커피전문점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기존 재래시장 떡방아간과 달리 떡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떡 카페'도 예다손, 미단, 빚음 등 다양하게 생기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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