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등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를 유치한 가운데 경찰도 관련 조직을 발 빠르게 구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철저한 대비' 명분이지만 행사까지 남은 시간을 감안하면 행정력,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경찰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안전대책관리본부를 꾸리고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88서울올림픽, 2002 한ㆍ일월드컵의 경우 안전대책 수립ㆍ집행 업무를 국정원이 맡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경찰이 총책임을 맡았다.
경찰은 정부 차원의 올림픽준비위가 구성되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후 단계별로 조직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장, 도로, 숙박시설 등 원만한 경기를 치르기 위한 인프라 건설 때문에라도 위원회가 일찍 꾸려져 준비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과거 국정원이 총괄하던 안전 책임을 경찰이 맡았다는 점에서 경찰의 위상 상승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경찰 관계자는 "조직은 필요하지만 7년도 더 남은 대회의 보안 안전 문제를 현시점에서 논하는 건 낭비 아니냐"고 지적했다.
낭비 논란을 일으키는 조직은 또 있다. 내년 3월 50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3월 경찰청에 꾸려진 핵안보기획단이 대표적이다. 기획단은 지난해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처럼 회의장 주변 경계 및 보안ㆍ교통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꾸려졌다. 경무관이 단장을 맡았고 총 인원은 16명이다. 기획단 관계자는 "전국 경찰력 동원 방안, 교통 통제 등의 준비와 행사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반적인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며 "너무 일찍부터 꾸려져 '노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지만 G20 때도 1년 전부터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 참석 정상들의 수가 2배로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년의 준비 기간은 길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는 건국 이래 최대의 외교행사로 불린 만큼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경찰이 정상회의 의제를 논의하는 곳도 아니고 아직 정확한 회의 장소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1년 전부터 행사 준비를 시작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핵안보기획단이 자리 만들기용 조직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후속작업을 맡기로 한 경찰의 수사구조개혁전략기획단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1일 경무관 등 25명의 인력을 투입해 조직을 만들었지만 3주째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검찰총장 인사 등으로 검찰 측 대화 채널이 구성 안 돼 '공부'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 기획단 관계자는 "외부 사정으로 실제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의제 설정, 외국의 사례 연구 등 검찰과의 협의에 앞서 직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어 놀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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