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29일 계약직 조사관의 고용계약 해지에 항의해 1인 시위를 한 직원들에게 정직 등 중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징계 결과 통보 시점이 참 절묘하다. 중부 지역의 '물난리'로 온 나라가 정신이 없는 와중에, 그것도 언론에 보도될 경우 파급력이 가장 적은 금요일 오후 6시에 징계 대상자들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이들 직원 11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이미 18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열렸다. 인권위 징계 규칙상으로는 위원장이 징계의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내 대상자에게 통보하면 되지만 징계위가 열린 당일 대상자에게 결과를 통보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였다.
인권위의 '택일(擇日) 꼼수'가 눈에 띄게 돋보이는 직원 징계는 자기 모순이자 정당성이 없는 결정이다. 인권위는 그간 '1인 시위는 소수자가 사회적ㆍ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합법적인 권리행사'라고 판단해왔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8월에도 시민의 1인 시위를 방해한 경찰관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리도록 권고했다. 2009년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공무원도 국민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랬던 인권위가 1인 시위를 한 직원들에 대해 "집단행동 금지 조항과 공무원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를 내린 것은 모순이다. 이 직원들은 지난 2월 인권위 운영에 쓴 소리를 해 온 계약직 조사관에 대한 계약 연장 거부가 부당하다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했다. 그 동안 인권위의 판단에 따르면 직원들은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인권위가 저러면 어디다 하소연을 해야 합니까?" 징계 소식에 한 시민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긴 글이다. 인권위 직원의 기본 권리조차 보호하지 않는 인권위의 말을 헛소리로 듣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남보라 사회부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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