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일입니다."
7월 30일 오전 1시 32분(현지시간) 남아메리카 동북부 가이아나 수도 조지타운의 체디 자간 공항. 짙은 안개와 비바람 속에서 여객기 한 대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췄다. 전날 밤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을 이륙,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거쳐 조지타운에 들어오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국영항공사 카리브항공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였다.
승객 157명과 승무원 6명 등 163명이 탄 여객기는 활주로 가운데 바퀴를 내려놓으며 착륙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활주로 바깥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승객 지타 람샤이(41)씨는 "비행기가 미끄러지면서 순간속도가 빨라지자 승객들은 다시 이륙을 시도하는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여객기는 2,200m 길이의 활주로를 벗어났고 공항 경계에 처진 철조망을 들이받은 채 계속 미끄러져나갔다. 급기야 앞쪽 3분의 1 부분이 부러져 두 동강 났지만 다행히도 60m 깊이의 협곡 바로 앞에서 가까스로 멈췄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었고 별다른 비상 장비도 없었지만 승객들은 비상구를 찾아 차례로 탈출에 성공했다. 한 승객은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며 "기체에서 뛰어내리다 다리가 부려진 사람도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아 일부 승객은 근처를 지나던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끔찍한 사고였지만 탑승자 전원 생명을 구했다. 레슬리 람사미 가이아나 보건 장관은 "30명 이상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심각한 부상자는 3명 정도"라고 밝혔다. 한 승객은 "다른 사람이 내 등으로 뛰어내리는 바람에 다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남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비행기가 토막 나는 사고 속에서도 전원 무사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가이아나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