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7월 23일 발생한 고속열차 추돌 참사에 대해 대대적인 보도통제에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7월 29일 오후 9시께 신문, 방송, 인터넷포털 등 중국의 모든 언론매체에 사고 관련 보도를 축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지시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참사 현장을 방문해 투명하고 공개적인 처리를 약속한 직후 나왔다.
중앙선전부는 지시문에서 "더 이상 고속열차 사고 과열보도를 해서는 안된다"며 "당국이 제공하는 미담 기사나 정보 외에 어떤 보도나 논평도 하지 말라"고 밝혔다. 당국의 보도통제는 주요 관영 언론이 참사 현장 기자회견에서 원 총리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진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 언론들에는 때아닌 소동이 일어났다. 사망 일주일째 되는 날은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중요시하는 추모일이어서 대대적인 특집 기사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신경보(新京報)는 9쪽, 21세기경제보도는 12쪽의 추모특집 기사를 빼고 급히 다른 내용으로 지면을 채웠다. 다른 신문들도 1면에 싣기로 했던 고속철 관련 참사 소식을 뺐다.
화가 난 중국 기자와 편집자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발행되지 못한 기사 등을 올리며 당국을 거세게 비난했다. 광저우(廣州)일보의 한 기자는 "오후 10시께 대체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너무 슬프고 화가 나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홍콩기자협회는 30일 성명을 통해 "홍콩 언론인들은 전 세계 독자와 시청자에게 이번 참사에 대한 진실을 보도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