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비보로 한국축구에 비상등이 켜졌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부동의 오른 측면 미드필더 이청용(23ㆍ볼턴)이 이중골절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이청용은 31일(한국시간) 열린 뉴포트카운티 AFC와 프리시즌 경기에서 전반 25분 상대 미드필더 톰 밀러에게 ‘살인태클’을 당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들 것에 실려나가는 동안 산소호흡기를 써야 할만큼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 이청용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대에 올랐다.
볼턴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청용이 오른쪽 정강이뼈의 이중골절로 최소 9개월 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다행히 응급조치와 수술이 잘됐지만 이청용은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볼턴이 이청용의 치료와 재활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지만 부상이 워낙 심해 일러야 내년 3월께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8월10일 한일전과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대비해야 하는 대표팀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도 “이청용이 있어서 오른쪽 공격라인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큰 부상을 당해 걱정”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출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이청용의 비중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조 감독의 근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도 “새벽에 연락을 받고 곧바로 이청용의 에이전트와 통화를 해서 부상 정도를 파악했다”며 “이청용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이런 큰 부상이 처음이라 당황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청용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모나코)과 함께 공각의 삼각편대를 이뤘다. 1월 아시안컵 이후 박지성이 대표팀을 은퇴하면서 이청용의 임무는 더욱 막중해졌다. 하지만 ‘믿을 맨’ 이청용의 급작스러운 부상으로 박지성의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던 대표팀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공백도 메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프리미어리그에 연착륙한 이청용 만큼 대표팀에서 핵심적인 몫을 해줄 대체자원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 이청용은 대표팀뿐 아니라 볼턴에서도 전력의 핵으로 분류될 정도로 인정 받고 있는 재목이다.
2008년 5월 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부터 대표팀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이청용은 아직 20대 초반임에도 A매치 40경기 5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청용의 A매치 경력은 현 대표팀에서 김정우(63경기ㆍ상주상무)와 차두리(60경기ㆍ셀틱), 박주영(52경기), 이정수(41경기ㆍ알 사드)에 이어 5번째로 많을 정도.
현재 이청용의 대체 선수로 이근호(감바 오사카)와 손흥민(함부르크), 남태희(발랑시엔) 등이 꼽힌다. J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근호는 최근 몸 컨디션 올라오고 있지만 파괴력과 창조적인 면에서 떨어진다는 평이다. 손흥민과 남태희도 아직까지 노련미와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라질을 향해 항해하고 있는 조 감독이 이청용의 공백을 어떻게 메워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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