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 29일 뉴욕에서 열린 북미대화가 공동성명을 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1년 7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대화가 표면상 큰 결실을 보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얼어붙었던 정세에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측 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건설적이고 실무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계속 논의해 나가겠다"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북미의 입장 차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추가 대화의 추동력을 찾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대화 자체의 의미를 부정할 수 없지만 접점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면 모처럼 조성된 대화 기류는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는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 북한은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와 체제보장, 평화협정 체결, 대북제재 중단 등을 거론했고 미국은 이틀째 회의에서 첫날 참석하지 않았던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까지 보내 비핵화 조치, 인권문제, 남북관계 개선 등을 테이블에 올렸다. 양측은 상대 주장을 경청하면서 거의 토를 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주장은 있었으나 논쟁은 없었다는 얘기인데 이는 미국이 이번 대화를 '탐색적' '예비회의'라고 사전에 수 차례 강조, 기대치를 낮추려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비핵화 문제에서 미국은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6자회담으로 갈 수 있다"고 한 반면 북한은 "일단 6자회담을 열어 우라늄 문제를 포함한 모든 핵문제를 논의하자"고 해 평행선을 달렸다.
한계는 분명했지만 남북•북미 추가 대화 가능성에는 무게가 실린다. 한차례 회담으로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양측이 인정하는데다 대립각을 계속 세우기에는 각자의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제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고, 북한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내년이 코 앞에 와 있다.
관건은 후속대화가 어떤 모양새로 열릴 것이냐이다. 추가 남북대화 없이 북미대화가 계속된다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보즈워스 대표가 "다음 단계를 결정하기 전 한국 등 6자회담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국면은 북미는 물론 남북, 북일 등 다양한 양자대화가 복잡하게 얽혀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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