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사료용 곡물을 포함해 약 26%에 지나지 않는다. 자급률 96%를 달성하고 있는 쌀을 제외한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전체 자급률은 4.4%에 불과해 국가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세계 5위의 곡물수입 국가인 우리나라는 곧 닥칠 세계적 식량대란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식량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돈을 쌓아 놓고도 식량을 사오기 힘들며 자칫 식량무기화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높아지는 식량안보 우려에 대비해'식량자급률 목표치 재설정 및 자급률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곡물 비율을 뜻하는 곡물자급률 뿐 만 아니라 해외 생산ㆍ도입분까지 고려한 '곡물자주율'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곡물자주율'은 정부나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곡물생산에 직접 참가하거나 도입계약을 맺어 비상시에도 식량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27.1%에 불과한 곡물자주율을 2015년 55%, 2020년에는 6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며,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예산 1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체 곡물자급률도 2006년에 세웠던 2015년 목표치 25%에서 30%로 높이고 2020년 목표도 32%로 신설했다. 늦게나마 정부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단계별 식량안보 대응 매뉴얼을 이번에 처음으로 만들어 식량안보 대응방안을 제시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해마다 도로와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많은 농경지면적이 훼손돼 곡물자급률이 매년 약 1%씩 줄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곡물자급률을 늘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2009년 한해 우리나라 전체 농경지 면적(약 174만ha)의 1.3%에 해당하는 2만2680ha가 훼손됐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국민과 정치권 모두가 공감하는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높은 땅값과 인건비 등 우리의 농업생산 여건을 고려할 때 국내 농경지에 의존해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선 첨단농업기술을 이용한 글로벌농업이 대안이다. 외국에서 좋은 농지를 확보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건조(사막화)지역, 오염지역, 염분이 많은 지역, 추운지역 등 농사짓기 힘든 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척박한 땅에 잘 자라는 신품종을 개발하려면 기존의 교잡육종 보다는 첨단 유전정보와 형질전환기술을 이용한 유전자변형(GM)작물이 유리할 것이다.
국제생명공학응용정보서비스(ISAAA)에 따르면 GM작물의 재배는 꾸준히 증가해2009년 전 세계 25개국 1억4,800만ha 농지(세계 농지의 9% 상당)에서 GM작물이 재배됐다. GM작물 재배면적이 200만ha가 넘는 국가는 미국, 브라질, 인도, 중국 등 8개국이다. GM작물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GM작물이 주는 긍정적인 면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은 GM작물을 세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 2009년 한 해에 GM농산물을 약 19억 달러 (740만톤)를 수입했다. 주로 식용 GM콩과 GM옥수수, 사료용 GM옥수수이다.
우리나라 GM작물 개발기술은 선진국에 가깝다. 올해 시작된 농촌진흥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GM작물실용화사업단에서 국내용 GM작물 개발과 함께 '글로벌용 GM작물' 개발연구에 착수했다. 글로벌 GM작물 개발을 위해선 대상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이용하고 현지 연구자와 함께 현지화를 추구하면서 글로벌 품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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