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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제1 관광지, 비만 내렸다하면 진흙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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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제1 관광지, 비만 내렸다하면 진흙탕

입력
2011.07.3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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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달 29일 오후 1시 경기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연천 제일의 명승지 재인폭포로 내려가는 콘크리트 계단은 물에 완전히 잠겨 있었다. 폭포까지 이어지는 100m 가량의 계곡에는 하류에서 역류해 떠밀려온 목재 쪼가리와 각종 비닐 등 쓰레기들이 거대한 띠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길이가 18m나 되는 재인폭포도 상부까지 거의 잠겨 폭포의 모습을 상실했다.

비가 내리기 나흘 전인 같은 달 25일 상황은 더 참담했다. 물은 차지 않았지만 발이 미끄러지면 곤두박질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계단은 물론 계단 옆 손잡이까지 온통 진흙투성이였다. 계곡에도 신발이 푹푹 잠길 만큼 진흙이 쌓여 흡사 늪지대를 연상시켰다.

맑고 깨끗했던 계곡물은 흙탕물이나 다름없었다. 폭포를 좌우에서 감쌌던 울창한 수림은 황톳빛이었고, 한번 물에 잠겼던 나무들은 대부분 고사 중이었다. 현무암 절벽의 주상절리 사이에도 진흙이 끼어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 유기환(57)씨는 “군 작전지역이었지만 1960년대 주민들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개방된 이후 연천 제일의 관광지로 성장한 재인폭포가 요새 저수지처럼 변해버렸다”며 “2006년 하루 500㎜의 비가 쏟아졌어도 멀쩡했던 계곡이 지금은 조금만 비가 와도 잠겨 버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몰렸던 재인폭포가 진흙탕으로 변한 건 2009년부터다. 한국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 건설현장에 물을 차단하는 가물막이인 코퍼(Coffer)댐을 건설하자 댐에 갇힌 물이 상류로 역류했다. 비만 내리면 계곡 가득 물이 차오르자 자연히 관갱객들의 발길도 뚝 끊어졌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폭포관리사무소는 아예 입구를 ‘출입금지’가 적힌 테이프로 봉쇄했다. 이날 서울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왔다는 한 40대 남성은 “올 초에도 허탕을 쳤는데 또 폭포를 볼 수 없어 아쉽다”며 “도대체 누가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폭포에 의지했던 주변 상점과 식당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정연수 마을 이장은 “여름 휴가철 이 일대 도로가 수백m씩 정체될 정도로 차량이 몰렸는데 이제는 관광객 한 명 찾아보기 힘들다”며 “수공은 한탄강댐이 생기면 마을이 좋아질 거라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재인폭포 훼손 원인을 두고 연천군과 수공은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 군은 당초 수공이 코퍼댐 옆에 물을 하류로 돌리기 위한 가배수터널 2개를 뚫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1개만 뚫었다고 주장한다. 터널 수가 절반으로 줄자 하류로 채 빠지지 못한 물이 역류한다는 것이다. 최병택 연천군 댐건설지원팀장은 “수공은 2008년 3월 주민설명회 때 가배수터널 2개면 재인폭포가 수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아무 말도 없이 터널을 1개만 뚫었다”며 “한탄강댐은 1년에 6~7일만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재인폭포에는 지장이 없다는 설명도 다 거짓이었다”고 비판했다. 연천군은 수공 임진강건설단 앞으로 수차례 공문을 보내 가배수터널 1개 추가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수공은 “한탄강 댐 사업 전 의견수렴 당시 비가 많이 오는 장마기간 재인폭포까지 물에 찬다고 했지만 연천군은 당시 어떤 의견도 내지 않고서 이제사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장마기간 동안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연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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